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을 실사화한 영화 ‘위키드’(2024)가 지난 20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위키드 예매율은 39.4%, 예매 관객은 13만8000여 명.
위키드는 1900년 출간된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을 확장한 프리퀄 소설이다. 이를 토대로 2003년 제작된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든 면이 다른 두 마녀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뮤지컬 1막을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담았다. 긴 시간을 들인 만큼 원작의 면면을 충분히, 또 충실히 고증했고 뮤지컬에 담을 수 없던 여러 캐릭터 설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해 서사를 보완했다. 뮤지컬의 성근 스토리는 매끄러워졌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이 지루할 틈을 앗아간다. 특히 배우들의 열창은 전체에서 70%가량을 차지하는 뮤지컬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두 여주인공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를 비롯한 배우들은 노래 장면을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했다. 이로 인해 영화가 아니라 마치 라이브콘서트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에리보는 뮤지컬 배우 출신인 만큼 폭넓은 성량과 가창력은 물론 깊이 있는 감정 표현에서 두각을 보였다. 그가 분한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아빠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했지만, 빼어난 마법 능력을 지닌 인물. 에리보는 그런 엘파바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마법사와 나(The Wizard And I)’ ‘그 소녀는 내가 아냐(I’m Not That Girl)’ 등의 솔로 넘버를 통해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팝스타 그란데의 변신은 그야말로 놀랍다. 그는 앞선 인터뷰에서 “글린다 역을 위해 창법을 오페라 방식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 덕에 빈번히 등장하는 신시아와의 듀엣 장면에서도 그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글린다의 사랑스러움이 극대화되는 넘버 ‘파퓰러(Popular)’에서는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과 발레 안무, 화려한 의상과 세트 디자인까지 결합해 영화의 시그니처 장면을 완성했다.
다수 출연진이 함께 등장하는 앙상블 신은 영화화의 효과가 가장 크게 드러났다. 넓고 다채로운 카메라 앵글, 컴퓨터그래픽(CG), 특수효과 등 영화적 기술을 통해 뮤지컬 무대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시티를 방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화 위키드는 클라이맥스와 함께 끝난다. 뮤지컬 1막 엔딩의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를 부르는 장면.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날아오를 자유가 있다”는 가사를 읊으며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다. 압도적인 창법의 고음과 함께 관객도 공중부양하는 느낌을 받는데, 내년 하반기 개봉하는 ‘위키드 파트2’를 예고한다. 더빙판 위키드에는 뮤지컬 가수 정선아와 박혜나가 각각 글린다, 엘파바 역을 맡았다.
주요 대사와 멘트도 한국어 뮤지컬 각본으로 처리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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