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겨울은 재즈가 주는 음악의 깊이를 즐기기에 완벽한 계절이다. 크리스마스 전후 많은 이가 마음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플레이리스트에 재즈를 넣는다. 이번 연말에도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공연이 관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올드 팝송을 연상케 하는 곡, 재즈풍 캐럴과 보사노바…. 재즈 가수가 부르면 익숙한 곡들도 이색적으로 들릴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 놓치면 아쉬울 재즈 공연을 모았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12월 21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나윤선은 프랑스 샹송, 아리랑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 공연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인물. 목소리의 연주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답게 이번 무대에서도 다양한 창법을 구사할 계획이다. 폭발적이며 기교가 넘치는 스캣, 깊고 울림 있는 나윤선만의 목소리로.
같은 날 재즈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헤일리 로런이 한국을 찾는다. 서울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리는 ‘라플라이브’를 통해서다. 로런은 한국 재즈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킴과 협연하며 빅밴드 형식의 공연에 참여한다. 한국 재즈신에서 활발히 연주를 이어온 뮤지션 17명과 로런의 설레는 만남이 기대되는 무대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쉬지 않고 열리는 재즈 피아니스트 론 브랜턴의 공연 ‘재즈 크리스마스’도 예정돼 있다. 12월 25일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눈 내리는 미국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재즈풍 캐럴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 울려 퍼질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동요를 브랜턴만의 섬세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곡들도 연주한다. 브랜턴은 한국 색소폰·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및 보컬과 협연하며 연말 분위기를 담뿍 느낄 수 있는 대중적인 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부산 영화의전당 겨울 시즌 대표 레퍼토리 공연인 ‘BCC 윈터 재즈 페스타’에서는 크리스마스 당일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와 윤석철 트리오(피아노, 베이스, 드럼)가 특별한 밤을 만든다. 세련된 멜로디와 연주 기법, 신선한 보컬로 인디신뿐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은 이진아,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모던 재즈를 선보이며 독창적인 작곡 능력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철 트리오의 무대다. 이들은 지난 10월 아시아 재즈의 성지 일본 ‘블루노트 도쿄’에서 공연한 바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재즈신의 인정을 받고 있다.
12월 10일에는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의 타계 30주기를 맞아 헌정 공연이 열린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자키스&파울라 모렐렌바웅+고로 이토 라이브 인 서울’을 통해서다. 조빙이 생전 활동할 당시 투어 공연 및 세션 연주로 함께한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이기도 하다.
민예원 재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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