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80점 이상인 고가점 청약통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달 강동구 천호동에서 공급된 비오르는 총 53가구의 소규모 단지임에도 만점(84점) 통장이 나왔다. 수도권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역세권인 데다 하이엔드 단지를 표방한 게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84점),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81점), 강남구 ‘청담르엘’(81점) 등 강남권 단지에도 80점대 청약자가 몰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청약 평균 당첨 가점은 지난 5월만 해도 56.3점(해당 지역 기준)이었다. 6월부터 9월까진 66~67점대에서 움직였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공급 소식에 묵혀둔 통장을 꺼내 드는 사람이 늘면서 ‘청약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분기 이후 분양한 단지 중에선 은평구 ‘연신내 양우내안애 퍼스티지’ 정도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나머지는 모두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청약시장 분위기는 서울과 크게 다르다. 수원 ‘수원 비셀토64’(24점), 오산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25점), 양주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29점) 등은 당첨 커트라인(최저가점)이 20점대를 나타냈다. 고가점자가 관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왕고천지구 대방 디에트르처럼 단 10점대의 가점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이 단지는 전체 청약 경쟁률이 10.3 대 1(1순위 기준)에 달해 비교적 선방한 사례다. 가점제의 당첨 문턱은 낮았지만, 계약 걱정은 덜어서다. 양주 ‘덕계역 한신더휴 포레스트’와 광명 ‘광명 유승한내들 라포레’, 이천 ‘이천 중리지구 신안인스빌 퍼스티지’ 등 이달 경기도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는 모조리 미달이었다.
시세차익 기대가 줄면서 수도권 외곽부터 청약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건설사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수도권의 초기 분양률은 70%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94.7%)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3분기 기준 5대 광역시·세종(41.9%)과 기타 지방(48.4%) 등 비수도권의 초기 분양률은 40%대에 그친다. 분양한 지 3개월 넘도록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계약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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