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영감과 용기' 넘치는 트럼프 정부효율부

입력 2024-11-21 17:38   수정 2024-11-22 0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를 임명했다. 목표는 정부 관료주의 혁파, 과도한 규제 철폐, 낭비성 지출 삭감 그리고 연방기관의 재건이다. 한국인 시각에선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장면이다.

어느 정도의 관료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면 큰 문제가 되곤 한다. 현대 정부의 역사는 정치와 관료제의 힘겨루기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 정치의 완벽한 패배 상태다. 관료제가 정치에 끌려가는 외양만 있을 뿐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문제는 현대 국가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미국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이런 현상을 ‘워싱턴 늪’(Washington Swamp)이라고 부르며 경계해 왔다. 관료제를 정면으로 비판해온 트럼프의 득표율이 워싱턴DC에서 6.7%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이 승부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 국가 존속을 위해 관료제 혁파는 필수불가결한 선제조건이 됐다.

규제 철폐는 시장의 활력과 창의를 자극하고 시민의 자유를 확대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역대 대통령도 이에 주목해 매번 규제 개혁을 국정의 중요한 원리로 제시했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작은 업적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상당히 눈에 띄는 규제 철폐를 시현했다. 지금도 규제를 신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규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나라다. 그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규제 철폐를 또 내걸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정부 지출 삭감은 또 다른 격심한 찬반 투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민간의 한계가 있는 꼭 필요한 일에 정부가 중요한 금액을 투입해서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개척하는 일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소외되거나 경쟁에서 낙오되는 어려운 국민을 위해 따뜻한 배려를 하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그것이 특혜가 돼 점점 더 그곳에 돈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특혜를 누리는 수혜자들이 당연히 정치권력화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의 3분의 1 감축 등 트럼프·머스크의 정부효율화 선언 내용은 필자 입장에선 매력이 철철 넘치는 비전이며 담대한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 국민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라는 비전과 비슷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게다가 두 괴짜의 카리스마까지 겹쳐 일부라도 성공한다면 전 세계 국가에 완벽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있었던 몇 가지 실패나 한국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시행착오를 지적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 견해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커뮤니티도 아닌 거대한 나라에서 괴짜들의 영감과 용기가 이렇게 큰 울림을 창출하다니, 관찰자로서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한편 DOGE의 직원 모집 공고는 유쾌하면서도 큰 반향을 내고 있다. “파트타이머 아이디어 제공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 최고로 영특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재들이라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노예계약, 열정페이, 부자들의 이력서, 너드들의 자기 위안 등 모집 공고에 달리는 혹평도 많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진지한 열정과 간절함 그리고 원대한 계획이 있는 개인이 이곳에서 경험을 쌓는 과정은 착취도 아니고 노예 노동도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알아보는 사람에게 머스크는 “너무 멋진 제안”이라고 모집 공고 댓글로 공감했다.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 중 하나는 뛰어난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필자 역시 유학 시절 하루에 열 몇 시간씩 공부했다는 무용담이나 털어놓는 뒷방선생에 불과했다고 자책하고 있다. 기성세대로서 빼어난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일할 기회에 대한 영감과 터전을 만들지 못했다.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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