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펌 DLA파이퍼의 이원조 한국총괄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2023년에만 4943만달러(약 692억원)를 로비에 투자했지만 한국 10대 대기업은 2022년 1788만달러, 2023년 9월까지 1330만달러 수준”이라며 “사전 로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2025 프로젝트’ 보고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고서는 중국을 ‘경제적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아예 중국에 투자하는 나라는 배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는 외국변호사가 주축이 된 사내변호사단체인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을 이끈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1999년 한국IBM 법률고문이던 그는 오라클의 이재욱(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 한국HP의 이명재(율촌 고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석주 당시 사내변호사와 뜻을 모아 IHCF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를 개선하면서 글로벌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한국 기업의 법무 리스크 관리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국적 기업에선 법무 리스크가 있다고 하면 최고경영자(CEO)도 꼼짝을 못 하는데 국내 기업 중에는 법무팀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법적 리스크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내 지식재산권(IP)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삼성, LG,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은 특허소송에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며 “사내변호사들이 회사의 IP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침해 이슈에 대해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선제공격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AI) 법률서비스 도입과 관련해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DLA만 해도 빅테크 엔지니어 출신으로 구성된 자체 AI팀이 있어 이메일 트래킹으로 사기·부패 징후를 미리 잡아내는 선제적 리스크 점검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며 “MS 코파일럿으로 기본적인 서면도 다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ACP 제도가 있어서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로펌에 들어온 기업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도 리걸테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허란/사진=최혁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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