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에선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총 4단계에 걸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간은 최대 490일이 걸린다. 우선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식약처의 인허가(최대 80일)를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기존 건강보험에 등재된 기술인지를 확인하는 절차(30~60일)도 있다. 기존 기술과 차이가 없다면 임상 현장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일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최장 250일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신의료기술 평가에선 새로운 의료행위가 기존 방법보다 동등 이상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있는지를 따진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만 건강보험 등재(100일)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후 건보가 적용되는 ‘급여’ 또는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로 나뉘어 시장에 출시된다.
그간 식약처 인허가를 받고도 또다시 1년에 걸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중복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의료기기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 에임메드가 개발한 국내 첫 불면증용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는 2023년 2월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지만, 올해 1월에야 의료 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의 경쟁력은 결국 처방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높아지는데 그간 한국 업체들은 기술 평가를 받느라 1년을 허비했다”며 “이제라도 개선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일부 전문가는 “이번 규제 완화가 비급여를 확대해 환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3년의 기간 내라도 부작용 및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는 기술엔 상시 평가를 통해 사용 중단 조처를 내리고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황정환/오현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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