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본사를 둔 SAP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대표 기업이다. ERP는 구매 조달, 생산, 자재 관리, 판매, 마케팅, 재무 및 인사 관리 등 조직의 일상 업무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말한다. 원자재 구매부터 생산, 고객 만족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SAP 솔루션은 사용자의 사업장에 온프레미스 형태로 설치할 수 있고, 클라우드에서 사용 가능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도움을 준다.
글로벌 트렌드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환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SAP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기후, 순환경제, 환경, 보건·관리(EHS) 및 사회적책임 분야의 솔루션으로, 기업의 요구사항을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고객이 지속가능한 제품을 설계하고, 원자재 낭비를 줄이며, 윤리적 구매를 촉진하고, 다른 기업과 협력해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순환경제 솔루션을 내놓았다. 책임 설계 및 제조 솔루션, 농업 기업을 위한 농촌 소싱 관리, 물류 비즈니스 네트워크 솔루션 등이다.
SAP는 자체 지속가능성을 위한 여정도 꾸준히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즈니스 운영에서 자체 탄소중립을 달성했고, 2030년 넷제로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 10월에는 SAP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22개사가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비즈니스 연합’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지난 11월 22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 대표 회원 기업으로 초청된 스티븐 제이미슨 SAP 지속가능성 부문 제품 마케팅 총괄을 만났다. 세계지속가능발전협의회(WBCSD)와 딜로이트, 그리고 SAP가 공동으로 주최한 조찬 행사 직후였다.
오전에 참석한 유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사전 조찬 행사는 어땠는지.
“WBCSD를 포함해 많은 산업계 및 기술 관련 기업 관계자들과 건설적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순환경제와 관련해 과거에 비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더 적극적으로 열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제 곧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SAP를 대표해 한국을 방문했다. 굉장히 야심 찬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목표대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업계의 많은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순환경제 솔루션 개발을 직접 주도했다고 들었다.
“SAP는 글로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27개 분야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의 순환경제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 일환으로 순환경제 솔루션을 개발했다. 솔루션의 골자는 재료(material)를 잘 측정하는 데 있다. 설계나 개발 과정에서 재료를 잘 추적하고 측정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포장에 사용되는 재료의 경우 그 포장재를 어디서 구매했는지(원산지), 규제 요건상 수명을 다하고 있는지, 또 설계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재료로 바꿀 수 있는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솔루션을 설계했다. 기업들이 규제를 준수하는 동시에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기업 제품이 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 제품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부산 플라스틱 국제협약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협약뿐 아니라 여러 협상을 통해 글로벌 룰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플라스틱에 관한 많은 과제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이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가 전 세계적으로 다른 관행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 복잡성 내에서 어떤 명확하고 단일한, 예컨대 어떤 설계와 관련한 원칙이라든지, 투명한 정보와 관련한 원칙이라든지, 생산자 책임 확대라든지 화학물질과 관련한 어떤 일관된 프레임워크 틀을 정립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기업은 그 토대 위에서 더욱 혁신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2040년까지 플라스틱 감축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SAP는 BASF 등과 함께 밸류 밸런싱 얼라이언스(VBA) 회원사이기도 하다.
“VBA 업무를 직접 담당하진 않지만, 아는 바에 따르면 VBA는 이제 중대성 평가와 관련한 방법론을 보다 더 개선하기 위해 BASF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VBA는 내부 탄소가격 책정과 관련한 파일럿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제품이 소비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배출량을 금전적으로 환산하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이 꼭 관리해야 하는 탄소 데이터 지표에는 어떤 것이 있나.
“제품 단위 탄소 산정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탄소 관련 데이터는 기업의 다양한 레벨에서 추적, 관리될 수 있다. SAP가 탄소를 제품 단위 레벨까지 내려가서 추적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전반적 탄소 흐름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서부터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뿐 아니라 여러 다른 관계 업체와의 전반적 공급망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제품 단위에서 탄소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어야 혁신할 수 있는 방향을 식별할 수 있다.”
기업에 도움이 되는 SAP의 탄소 산정 관련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기업의 탄소 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는 SAP 지속가능성 탄소발자국 관리와 SAP 지속가능성 데이터 익스체인지가 있다. 탄소발자국 관리 솔루션은 가치사슬 및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솔루션이며, 데이터 익스체인지 솔루션은 기업이 표준화된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파트너 및 공급업체와 안전하게 교환하고 공급망 탈탄소화를 앞당기도록 지원한다. 데이터 익스체인지 솔루션은 자동차업계의 카테나-X 오토모티브 네트워크에도 적용된다. 또 지속가능성 컨트롤타워라는 솔루션이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탄소와 관련한 데이터를 재료나 자재와 연계해 기업에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최근 ESG 데이터 관리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있나.
“현재 SAP 솔루션의 거의 모든 솔루션에 AI가 탑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는 SAP 솔루션 개발 과정뿐 아니라 고객 최종 사용자들이 솔루션을 소비하는 단계에서도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SAP 지속가능성 컨트롤타워 솔루션에 AI 엔진이 최근 새롭게 도입돼 ESG 보고 및 공시 절차가 좀 더 가속화됐으며, 현재 이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온실가스배출량 팩터를 매핑하는 작업을 한다든지 재료와 관련한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데도 AI가 도움이 된다. 특히 포장재의 경우 어디에서 왔는지 같은 정보 등 AI를 적용해 기존 갭을 채워주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아시아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를 든다면.
“예를 들어 일본의 DIC는 플라스틱 식품 용기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인 폴리스티렌 등을 생산하는 주요 화학 제조업체다. DIC는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일반적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운 폴리스티렌 같은 제품의 재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DIC 그룹은 SAP 그린 토큰(SAP Green Token)을 통해 원자재 입고 단계부터 최종 제품까지 DIC의 공급망 전반에서 원자재를 추적한다. SAP 그린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 관리 체인을 통해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원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재료와 자재를 추적하는 솔루션이다. 재활용 재료 출처 등 속성을 포함해 제조 과정에서 재료 흐름을 명확히 보여주는 관리 체인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생산 제품에 포함된 순환자원의 비율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 트럼프가 미국에서 재선되었는데, 기업전략에 변화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는 기업가 사이에 중심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데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가 핵심이 된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비즈니스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이해가 과거보다 확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비즈니스 기회도 있어 지금 모멘텀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SAP 솔루션을 제안할 때 규제 준수, 즉 환경규제 준수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은 지속가능성 환경에 투자해야 좋은 비즈니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한국 시장에서 ESG 데이터 관리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떠하다고 보나.
“오늘 오전 조찬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이제 한국 시장에서도 ESG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를 보다 개선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유럽연합(EU)이나 여러 나라의 규제를 도입 중이고, 또 그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해당 요건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 ESG 인지 수준이 많이 확산됐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기업이 이런 규제 준수 수준을 넘어 순환경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비즈니스 기회를 계속 찾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이 지속가능성을 더 많이 받아들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재빨리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아시아 시장의 장점이다. 아시아 시장에는 제품, 그리고 재료와 관련한 데이터를 더 관리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규제가 있다. 이는 결국 전반적 생태계에서 표준을 수용하고자 하는 자세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런 목표를 비교적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좀 더 빨리 달성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또 유럽 시장 관계자들과 협력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성공적 비즈니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는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 한국에서도 ESG 공시가 논의되고 있다.
“일단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입안할 때 가장 큰 도전은 달성 가능한 정책을 잘 수행하기 위해 확신을 갖는 것이다. 정부 측면에서 그러한 확신을 갖도록 SAP의 솔루션 목적은 그들에게 보다 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 정보와 데이터는 매우 세부적인 단위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정책 이행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장을 만들어야 더 많은 기업이 그 장 내에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 SAP의 장기적 지속가능 목표는 무엇인가.
“SAP의 목표는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성 요소를 담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재무나 공급망, 구매, 인사 등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지속가능성 매트릭스, 그리고 ESG 지표를 내재화해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