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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기업이든 분쟁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더구나 법적 분쟁은 듣기만 해도 피하고 싶은 마음부터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면 분쟁은 인생과 사업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우리네 삶과 기업, 사업의 일부이기도 하다.
인류는 끊임없이 분쟁을 하고 그 분쟁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면서 발전해왔다. 그 결과로 현대국가에서는 법적인 분쟁은 법원에서 판사에 의한 재판절차를 통해 해결하도록 헌법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할 자격을 갖춘 국가의 변호사만이 변론할 수 있을 뿐, 그 국가에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외국변호사는 재판에서 변론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법원의 재판에는 '경쟁의 여지'가 없다. 판사는 경쟁하지 않고, 법원 절차 내에서 서로 다른 절차들이 경쟁할 이유도 없다. 변호사들 사이에는 경쟁이 있지만, 이 경쟁은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변론할 자격을 갖춘 변호사들 간의 경쟁으로 한정된다.
혹시, 분쟁 해결에 있어서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적용할 수는 없을까? 개인이나 기업이 재판을 담당할 판사를 선택하고, 재판에서 사용될 언어와 절차도 선택하면 어떨까? 또 어떤 나라의 변호사든 제한 없이 재판에서 변론하도록 허용할 수 없을까?
이런 요구는 당사자들의 국적이 다른 국제 분쟁에서 더욱더 강하게 나타난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재판관을 선택하는 데 관여하고 싶어 하고,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절차가 진행되기를 원한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식으로 분쟁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변호사들이 변론해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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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판사가 아닌 개인이 재판을 할 수 있는가? 분쟁의 당사자들은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판사가 아닌 개인에게 재판할 권한을 줘 개인이 판사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합의한다. 이런 중재합의가 있으면 판사가 아닌 개인이 내린 재판 결과가 당사자들에게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중재합의를 통해 개인에게 재판받게 되면,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한다. 당사자가 중재절차를 진행해 줄 중재기관을 선택하므로 각 중재기관은 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경쟁하게 된다. 당사자가 재판관 역할을 할 중재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재인이 될 수 있는 후보자들도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중재하는 장소도 당사자가 선택하므로 중재 사건을 유치하고자 하는 도시들은 중재하기에 보다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경쟁하게 된다. 법률시장도 자격 제한이 없으므로 전 세계 모든 변호사가 경쟁하는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재제도는 발전해 왔고 그 결과로 중재는 끊임없이 시장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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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국제거래가 활발하다. 국제분쟁 분야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분쟁이 많은 국가 중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그들 간의 분쟁에서 중립적인 장소로서 분쟁 해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입지에 있기도 하다.
분쟁은 피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대상이다. 분쟁에서도 시장경제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시장이 원하는 분쟁 해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그런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의 분쟁 해결 중심 국가가 된다면 우리 국민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분쟁 해결에서도 시장경제의 원리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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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사법연수원(17기)을 마치고 1988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2년 국내 최초로 국제중재 소송그룹을 만들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 산하 국제상사중재협회(ICCA)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을 맡았다. 한국과 론스타의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에서 한국을 대리했다. 2019년 국제중재 전문 로펌인 피터앤김을 설립해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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