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 ESG 투자, 레드 스윕 '우려'…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입력 2024-12-05 06:01   수정 2024-12-0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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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투자 트렌드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과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레드 스윕(Red Sweep)’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반(反)ESG 정책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ESG 투자자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던 결과가 눈앞에 닥친 셈이다. 하지만 투자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틈새를 파고드는 투자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뭉칫돈을 이동시키고 있다. 레드 스윕 이후 돈이 몰린 투자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레드 물결에도 돈 몰린 투자처는

11월 24일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약 1000억 원의 자금이 국내 ESG 펀드에 유입됐다. 대신 주식과 채권의 희비가 엇걸렸다. ESG 주식형에서 250억 원가량이 빠져나가는 동안 채권형에 1270억 원이 몰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금리인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탓에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를 권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 행렬을 이어온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주식을 처분하는 동안 채권을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하고,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 역시 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 수익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다. 올해 들어서만 해당 상품에 1조3225억 원이 몰렸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는 국내 회사채 공모펀드 중 올해 수익률도 가장 높다(5.71%). A-등급 이상 국내 우량 크레딧 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과 더불어 자본 차익까지 추구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듀레이션은 1년 6개월에서 2년 내외다. 한국투자운용 측은 “유동성 관리를 위해 국공채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며 철저한 종목 분석을 통해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삼성ESG밸류채권펀드, 마이다스프레스티지책임투자채권펀드 등이 같은 이유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식형 ESG 펀드 중에서는 트러스톤ESG제갈공명펀드가 두각을 나타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간판 펀드 ‘제갈공명 펀드’ 운용 전략에 기업의 사회적책임 등 비재무적 요건을 추가한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2우B, KB금융, 네이버 등이 포트폴리오 상단에 담겨 있다.




트럼프 시대에도 수혜 입을 ESG 부문은

트럼프 시대에도 일부 ESG 부문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SG로 묶여 있다고 해서 전부 우울한 시절을 보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 트럼프 정부 때 두각을 나타낸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은 일반적 인상과 달리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과거 트럼프 1기 정부에서도 신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연평균 7.2% 속도로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풍력발전 용량은 오히려 트럼프 정부에서 연평균 9.8%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 성장률인 6.9%를 웃도는 수치다. 태양광설비 역시 과거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23.2% 성장했다. 덕분에 패널 생산은 110%나 늘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신규 설치량이 43%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연구원은 “EIA에 따르면 미국 내 신재생 발전설비는 2050년 1163GW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 중 태양광은 556.4GW 늘어나며 발전설비 비중 또한 올해 36.1%에서 2050년 59.7%까지 확대돼 전력 공급의 주축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IRA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부연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IRA 유지를 요청하는 의원이 있는 데다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경제적 이윤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IRA로 인한 투자가 공화당 집권 주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RA하에서 시행된 330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따라 1260억 달러의 투자가 네바다(700MW 규모 태양광 및 ESS 시스템 프로젝트 승인), 텍사스(288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에 3억4800만 달러 투자) 등 공화당 지역구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개별 주정부가 각자 친환경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에 민간기업 차원에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RA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법안을 발의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의석 수 차이가 적어 개별 의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IRA 입법 당시를 떠올려보면, 하원에선 민주당이 우세했으나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분돼 있고, 민주당은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우회하기 위해 법안을 과반표가 있으면 가능한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 법안으로 분류해 발의했다”며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60표 이상 찬성표가 필요하나 예산 관련 입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공화당에서 주도한 ‘Limit, Save, Growth Act of 2023’의 경우 법안 초안에 ‘IRA 무력화 조항’이 담겼다가 IRA 관련 세제 혜택을 받던 중서부 지역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 법안은 공화당 우위의 하원을 2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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