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에서 K팝 존재감 과시한 마마어워즈

입력 2024-11-24 17:23   수정 2024-11-24 17:24


지난 21일 오후 4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의 굳게 닫힌 문 앞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 시간 뒤 열리는 ‘2024 마마(MAMA) 어워즈’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 나오는 K팝 아티스트들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찬 세계 각국 팬들이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왔다는 제시카 리 씨(21)는 “라이즈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해 왔다”며 “유튜브로만 보던 MAMA를 직접 오게 돼서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마마 어워즈가 미국에 상륙했다. ‘팝의 고장’ 미국에서 K팝 시상식이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3000여 명의 K팝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현지에서는 K팝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을 넘어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美·日에서 사흘간 9만여 명 관객 몰려
2024 마마 어워즈의 첫 포문은 투어스(TWS), 아일릿, 라이즈가 열었다. 이날 남자 신인상(페이보릿 남자 그룹)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상 등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는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여자 신인상을 받은 그룹 아일릿은 트와이스의 ‘하트 쉐이커’, ‘남자 페이보릿 글로벌 퍼포머’상을 수상한 라이즈는 NCT127의 ‘영웅’ 등 선배 K팝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날 마마 어워즈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시상자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 원로배우 더스틴 호프먼(87)이 대표적이다. 영화 ‘졸업’(1967)과 ‘레인 맨’(1988) 등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나 받은 호프먼은 “여름에 간 LA 케이콘(KCON)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경이로운 재능을 직접 목격했다”며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K팝 시상식에 서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미국 이민 2세대로서 전 세계에서 K팝, K드라마, K영화의 힘이 세지고 있는 것에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라이즈가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을 입고 ‘붐붐 베이스’ 무대를 시작하자 객석에서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들렸다. 이날 무대의 백미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박진영과 미국 그래미어워즈 수상 경력의 팝가수 앤더슨 팩의 합동 공연이었다. 박진영은 ‘아니라고 말해줘’ 무대를 시작하며 “밀양 박씨 콤보”라며 어머니가 한국계 미국인인 앤더슨 팩을 소개했고, 팩은 박진영의 노래에 맞춰 드럼 공연을 펼쳤다. 22~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으로 이어진 마마 어워즈는 총 사흘간 미·일 양국에서 9만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2일 오사카 공연에서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팝가수 브루노 마스는 최근 4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아파트’의 글로벌 첫 무대를 선보였다.
CJ, K팝 저변 확대 가능성 확인
이번 행사를 주최한 CJ ENM은 마마 어워즈의 첫 비(非)아시아 개최지로 매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의 돌비시어터를 택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받은 곳에서 4년 만에 미국 최초의 K팝 시상식이 개최되는 건 의미가 크다”며 “영화계 거물들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에서 시상자로 나선 건 K컬처가 입체적으로 성장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부터 홍콩, 일본, 베트남, 마카오,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마마 어워즈는 향후에도 미국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1999년 ‘영상음악대상’으로 시작한 마마 어워즈는 2009년엔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로, 2022년엔 ‘마마’를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마마 어워즈로 이름을 바꿨다. 아시아 시상식으로 국한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박찬욱 CJ ENM 컨벤션사업부장은 “돌비시어터를 장소로 택한 건 마마 어워즈가 K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내년에도 미국은 당연히 후보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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