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유로=1달러' 붕괴 위기, 혁신 외면한 EU의 굴욕

입력 2024-11-24 17:43   수정 2024-11-25 06:53

유럽연합(EU) 단일화폐인 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와 같아지는 ‘패리티’가 눈앞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1유로에 1.17달러 선이던 교환비율이 지난 주말 1.03달러대로 급락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가팔라진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1유로 가치는 0.95달러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이체방크)까지 나온다. 이 같은 유로·달러 패리티 붕괴는 유럽으로선 적잖이 자존심 상하고 굴욕적인 일이다. 유로화는 2002년 글로벌 시장 데뷔 후 줄곧 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2008년엔 1.6달러를 오르내렸다. 환율 결정 요인이 복잡한 만큼 단순 해석은 금물이지만 통화는 기본적으로 해당국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2020년 11월에도 일시적인 패리티 붕괴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일부 중단하는 등 에너지 위기 증폭이 주요 요인이었다. 진행 중인 패리티 붕괴는 부진과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유럽 경제의 현주소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우등생이던 독일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유럽 배터리의 희망’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최근 속절없이 파산한 사실도 유럽 경쟁력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지속되는 ‘노랜딩’ 기대가 커지는 등 나 홀로 활황이다. 인재 육성과 규제 완화로 엔비디아, 테슬라, 오픈AI 같은 혁신 기업을 끝없이 만들어낸 결과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앉히고 관료주의 타파를 선언했다.

유로화 추락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만만찮다. 독일 추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정책 실패, 좌우 갈등에서 한국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여당은 경쟁국에 다 있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입법마저 무관심하고, 야당은 혁신 경영을 원천봉쇄할 상법 개정 밀어붙이기에 급급하다. 유럽의 침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을 키워 한국의 저성장·고물가를 자극한다는 게 최근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추풍낙엽 같은 원화를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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