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혼슈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市)의 도요타 스타디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마지막 대회 장소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 스피드웨이에서의 만남 이후 두 번째 회동이다. 현대월드랠리 유니폼을 입은 정 회장이 도요타의 수소 스테이션 등을 둘러보자 도요타의 가주레이싱 팀복 차림을 한 도요다 회장이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도요다 회장은 “수소 등 인프라 구축에서 (현대차그룹과) 앞으로 경쟁보다는 서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RC 최종전의 대미를 장식한 자동차 거인 두 명의 만남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격전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와 도요타가 ‘적과의 동침’을 택한 건 외부 환경 변화가 워낙 빨라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테슬라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커넥티드 카’라는 모든 완성차업체의 목표점에 가장 빨리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위협도 매서운 상황이다.
이날 도요다 회장은 “수소차가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길 바란다”며 현대차와의 협력을 시사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들로 구성된 수소위원회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달 맞손을 잡았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와 관련된 기업이 그들의 최첨단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도 2002~2003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자사의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기술력을 세계에 선보였다.
현대차는 정통 완성차업체들보다 늦은 2012년에야 WRC 도전을 선언하고 2014년 첫 경기에 나섰다. 2019년엔 한국팀 사상 최초로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또 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가 WRC 우승을 차지한 건 정 회장의 뚝심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WRC 출전도 정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며 고성능차에 애정을 보였고, 그해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본격 양산했다.
도요타=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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