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오케스트라가 특별한 이유…"우린 실력만 보지 않아요" [인터뷰+]

입력 2024-12-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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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자립을 돕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고용'을 통한 안정적인 창작 지원과 장애예술인의 사회적 자립을 촉진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민관 협력을 통해 다양한 고용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장애예술인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체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장애예술인의 가능성을 믿고 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들은 어떤 계기로 동행을 선택했을까? 또한 그 과정에서 느낀 보람과 과제는 무엇일까? 한국경제가 현장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고의 연주는 아니지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음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제안하고, 비장애인이 하나의 인격체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 중증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루아오케스트라의 설립 취지이자 목표다.

루아는 '기뻐 외치다'라는 뜻을 가진 네패스의 사내 오케스트라로 음악을 통해 동료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2022년 11월 창단됐다. 네패스는 본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핵심 밸류체인인 첨단 후공정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장애인 채용과 사회 공헌 사업으로 루아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 박상규 네패스 사업운영본부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루아오케스트라 단장으로 부임해 단원 선발부터 공연까지 진두지휘하며 이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정기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창단 초기, 모기업이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도내 발달장애인들을 중심으로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단원들을 모아 연주를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루아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위해 악기를 배우고 있다"는 아이들이 생겼을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박 단장은 "우리 회사는 첨단 반도체 회사다 보니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 많아 장애인 채용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어떻게 채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루아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몇은 몸이 안좋아 쉬고, 몇몇은 '매일 연습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오케스트라로 옮겼지만, 대부분의 단원은 창단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이고, '제발 연차를 쓰라'고 할 정도로 매일 출근해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아오케스트라 외에도 현재 국내에는 다수의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 루아오케스트라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차별점으로 "장애인 채용 의무 분담금을 줄이는 것이 아닌, 이들이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다른 곳처럼 재택근무, 연습 영상 제출 등으로 출근을 인정하면 공수도 덜 들고, 관리도 편할 수 있지만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하길 바라기에 김남진 예술 감독님도 따로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아오케스트라가 처음 만들어지고,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원 25명 중 음악을 전공한 친구는 2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악기를 다뤄보지 않았지만, 복지관과 학교를 통해 추천받아 입단하게 된 것. 하지만 이들은 매일 4시간씩 연습하고, 실력을 끌어올리면서 2년 동안 130회, 지난달에만 10회의 공연을 진행했을 정도로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박 단장은 "면접을 보고 만나고 하다 보면 역량 있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지금까지는 기적적으로 외인구단처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루아오케스트라에서 새 단원을 뽑을 때 실력만 보진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성장하고 더 큰 무대에 서서 꿈을 이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다. 박 단장은 지난달 있었던 정기연주회에 대해서도 "못할 줄 알았다"면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인예술단 창단 및 운영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서울공연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공연장을 대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장애예술인 직무 훈련 과정 개발 및 운영과 장애인예술단 창단 및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박 단장은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공연을 확대해왔지만, 백주년기념관 공연은 최초의 유료 공연이었다"며 "우리도 수준을 끌어올려 충분히 티켓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장을 거듭하는 루아오케스트라의 꿈은 계속된다. 박 단장은 '꿈의 무대'로 "전국투어와 해외 공연"을 꼽았다. 박 단장은 "저희 감독님은 도립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였고, 30년 동안 연주자 생활하며 은퇴하신 분이라 충북 내 공연은 좀 더 쉽게 가능했다"며 "지역을 확장하면 이견 조율부터 세팅까지 과정도 어려움이 있고, 연주자들은 이동 시간이 있어 평소 시간이 안 나올 때도 있는데, 미리미리 준비해서 서울, 부산, 제주 등을 타이틀을 걸고 투어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력 보강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현재 루아오케스트라에는 관악기를 담당하는 단원이 없다. 박 단장은 "발달 장애 특성상 호흡이 안정적이지 못해 관악기를 연주하는 게 쉽지 않다는 내용을 확인받았다"며 "지체 장애의 경우 충분히 관악기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오케스트라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지만 변화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박 단장은 새로운 꿈도 꾼다고. 박 단장은 "중학교 때까지 첼로를 배우다가 그만뒀는데, 루아오케스트라 창단 도식을 듣고 다시 악기를 시작한 친구도 있고, 입단 초기에만 해도 돌발행동이 있었는데 악기를 연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해 주변 친지들까지 응원하며 악기를 사준 단원도 있다"며 "이들의 연주를 듣는 가족들이 눈물을 보이는데, 저도 감동을 한다"고 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정도도 괜찮지 않냐'고 하기도 하고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게는 차별과 소외감이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넓은 무대, 더 큰 세상에 소개하고 싶은 거죠. 회사 인사팀, 재무팀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루아오케스트라를 통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어요. 전에 사내 봉사활동을 합동으로 진행했는데, 일반 직원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인식 개선이 많이 되더라고요. 공연을 본 사람들 역시 인식 개선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는 장애예술인의 안정적인 문화예술활동과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양질의 예술 일자리를 보급 및 확산할 수 있도록 예술직무 훈련 및 직업예술단 창단 지원을 위한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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