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속도조절 신호에…강달러 주춤

입력 2024-11-25 18:00   수정 2024-11-26 01: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부 장관에 헤지펀드 키스퀘어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하자 외환·채권시장에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수그러들었다. 베센트가 점진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금리 하락)했다. 다만 그가 지명 후 첫 일성으로 트럼프의 감세 공약 실현과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를 언급하고 나선 만큼 트럼프 트레이드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가치 하락, 국채 가격은 상승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센트 지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 5일 103.42였던 이 지수는 22일 107.55까지 올랐다가 이날 장 마감 후 베센트 인선이 발표되자 25일 106.95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베센트를 지명한 것은 시장에서 신중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트럼프의 승리로 과열된 (강달러) 베팅이 완화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선에 따라 트럼프 2기가 세계 다른 국가의 경제와 통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다소 가라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연 4.412%로 장을 마감했지만, 주말이 지나고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서 25일 오후 3시 연 4.332%까지 떨어졌다. 베센트가 취임 후 점진적인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누그러든 영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관세 총(gun)은 항상 장전돼 있고 테이블 위에 있지만 거의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감세 정책 우선 추진”
베센트는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후 WSJ와 한 첫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 후 트럼프 당선인의 다양한 감세 공약을 우선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공약한 감세 공약으로는 집권 1기에 시행했던 ‘임시 감세’ 영구화, 팁과 사회보장 혜택,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폐지 등이 있다. 트럼프의 감세 공약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심화시켜 미국 국채 금리를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받는다.

베센트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그가 추진하는 10~20% 보편관세 도입 등 통상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그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베센트가 취임한 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내세우면서 강달러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잠시 주춤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센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를 부과하고 지출을 줄이는 데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는 점진적인 관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관세 도입 필요성 자체에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달 ‘국제 경제 시스템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국가 안보상 관세를 인상하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 장벽을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부 내 불화 우려도
베센트 지명자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다툼을 벌이는 등 정책 추진력에 대한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러트닉과 베센트가 전화로 욕설을 하며 다툰 사실을 보도했다. 재무장관직을 놓고 경쟁한 러트닉 측은 베센트가 재무장관 후보로 유력해진 무렵 그를 공격했다. 베센트가 민주당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이었다는 이력,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으로의 전향이 늦었던 것을 지적했다.

베센트가 운영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의 펀드 수익이 뛰어나지 않은 점을 공격하기도 했다. 베센트는 러트닉과 통화 중 그를 향해 “꺼져(go f**k yourself)”라고 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트닉은 재무장관직 인선 진흙탕 싸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으며 러트닉 대변인 측은 해당 보도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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