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은 민화 특별전 ‘알고 보면 반할 세계’를 지난 15일 열었다. 전통 민화 27점과 이를 재해석한 현대미술 102점을 걸었다. 권용주 김상돈 김지평 임영주 최수련 등 국내 현대미술가 19명이 참여했다.
민화 원본과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기에 좋다. 골동품을 진열하던 장식장을 그린 ‘다보각경도(多寶閣景圖)’ 옆에는 이 장식장을 입체적으로 옮긴 오제성 작가의 설치작품이 놓였다. 이수경 작가는 현대사회 여성을 불교 탱화(幀畵) 기법으로 그렸고, 김지평 작가는 눈이 셋 달린 요괴 ‘삼목구(三目狗)’ 이미지를 차용한 채색화를 내놨다.
작가들이 재해석한 민화에는 변화한 시대상이 반영됐다. 김은진 작가의 ‘신의 자리_인산인해 2’는 전통 자개 공예 기법에 따라 제작됐는데, 아름다운 장식과 상반되는 꺼림칙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가정 안팎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대판 심청이’를 묘사한 작가의 자서전적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다.
서울 덕수궁 덕홍전에서 열리는 ‘시간의 마법사: 다른 세계를 향해’는 전통공예와 게임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한 전시다. 넥슨재단 사회공헌사업 ‘보더리스’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보더리스는 게임과 다른 문화예술 장르 간 융합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협업 대상으로 권중모 김동식 김범용 등 전통공예가 10명이 선정됐다.
게임과 전통공예를 연결하는 키워드는 ‘빛’이다. 1887년 한반도 첫 전기 발전소가 지어진 덕수궁이 전시 장소로 채택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조혜영 총감독은 “게임에서 빛은 특정 세계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장인들이 만든 조명이 켜지면서 다른 차원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숨겨진 게임 상징물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마비노기 게임 캐릭터 ‘모닥불 정령’에서 영감을 얻은 김석영의 ‘모닥불 조명’, 메이플스토리를 상징하는 단풍잎 모양 빛이 반짝이는 김범용 유기장의 ‘성스러운 빛’ 등이다. 전시장 QR코드를 통해 작품에 얽힌 비밀을 게임 퀘스트처럼 풀어낼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1일까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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