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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같은 질환에 쓰는 약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9797억원으로, 올 매출은 1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램시마가 주목받는 것은 한국 제약·바이오 역사상 첫 연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기록적 의미에만 있지 않다. 신약이 아니라 복제약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성공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당시 국내에는 관련 기술도 없었고, 전문 인력도 없었다. 아마도 서정진 회장이 무모할 정도로 사업을 밀어붙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램시마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서 회장이 바이오 전공자가 아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신약은 흔히 도박에 비유되곤 한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5%도 안되고, 허가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이 없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운도 크게 작용하는 게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이다. 램시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력도 제품력이지만 시장 수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행운도 뒤따랐다.
대통령 직속 바이오위원회가 다음달 출범한다. 그동안 정권마다 바이오 육성을 외쳤지만 그다지 달라진 건 없다. 바이오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같은 틀에 박힌 지원책을 내놓는 게 고작이었다. 바이오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이런 대책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산업 생태계를 재건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은 돈맥경화를 푸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신약 개발을 하다 보면 10년 넘게 적자를 내기 일쑤인 산업 특성이 반영된 제도 개선이 다방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제2, 제3의 램시마가 나올 수 있는 환경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 바이오 강국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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