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늘자…中서 도로 막고 "돈 달라" 시위

입력 2024-11-26 18:04   수정 2024-11-27 01:2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전역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근로자들의 시위로 들끓고 있다.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건설·의류산업 전반에 걸쳐 임금 삭감과 체불 이슈가 확산하면서 노사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초저가 출혈 경쟁을 하는 중국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다 미국의 대중 제재 심화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기 둔화에 임금 체불 급증
26일 인도·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상하이 주요 도로에서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 상하이자동차의 하청 업체 직원 수백 명이 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인 퇴직 조건 제시와 임금 체불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동차 기업들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비용을 절감하며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기 둔화에 생계가 막막해진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온 건 자동차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말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밀린 월급을 달라는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후베이성 우한에선 상당수 건설 근로자가 모여 미지급 임금을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항저우시에서도 의류 공장 근로자 수십 명이 같은 이유로 단체행동을 했다. 광둥성에선 음식과 식료품 등을 배달하는 기사들이 임금 미지급에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비즈니스스탠더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파업과 시위가 크게 늘어 집단행동 719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묻지 마 칼부림’도 잇따라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대중 무역 제재가 심화하면서 중국 내 노사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철강, 석유, 도소매, 의류 산업 전반으로 퍼져 나간 가운데 수출 환경까지 악화돼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3분기 중국 내 노사 갈등 사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고, 지갑이 얇아진 근로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다시 소비 절벽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말 이후 성장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정책 금리 인하 등 각종 부양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가계 소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핵심 지원책은 빠져 있다.

게다가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대중 무역 제재가 거세지고 있어 경기 전망은 더 암울해지고 있다. S&P글로벌은 이날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1%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6년 성장률은 3.8%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9월 제시한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7%포인트 낮아졌다.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임금 체불까지 확산하면서 최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도 잇따랐다. 이달 초엔 광둥성 주하이시에서 체육센터에 차량이 돌진해 사상자 78명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대학과 대형마트 칼부림, 초등학교 앞 흉기 난동 사건 등 ‘묻지 마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암울한 경제 상황에서 흉악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며 “농촌에 호적을 두고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졌는데 이들에 대한 임금 체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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