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도 예외없이 '高관세'…더 강해진 아메리칸 퍼스트

입력 2024-11-26 17:52   수정 2024-11-27 01: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무시하고 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기존 관세의 세율을 10%포인트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두 개의 글에서 “1월 20일 취임 후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문서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들이 이전에 볼 수 없던 수준의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 관세는 마약, 특히 펜타닐과 모든 불법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을 중단할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상당한 양의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이것(마약 수출)을 중단할 때까지 중국의 모든 제품에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더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대중 가중평균 관세율은 12.5%이며 철강 등 일부 주요 품목에는 20~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중국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10%포인트 세율 추가 인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경한 관세정책을 발표하자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은 요동쳤다. 멕시코 페소화와 캐나다달러의 가치가 각각 1% 안팎 급락했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보편관세 아닌 선별관세로…'통상전쟁' 포문 연 트럼프
美 우선주의 속도전…인선 끝나자 정책 발표 모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을 현실화하고 있다. 패권 경쟁국인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타깃으로 삼아 신규 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내년 초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속도전으로 전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회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 예고
이날 언급된 멕시코 등 3개국은 미국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톱3’ 대미 수출국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 규모 1위는 중국(14.6%, 5363억달러)이며 멕시코(4548억달러), 캐나다(4366억달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발표한 내용은 그가 고관세 정책에 진심이라는 점을 시장에 확인시켰다. 친관세 단체 ‘번영하는 미국을 위한 연합’의 닉 이아코벨라 대변인은 “그가 선거 운동에서 주장해 온 의제에 절대적으로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다만 유세 기간 강조해 온 보편관세를 언급하지 않은 점, 대중국 관세율이 예고한 것에 비해 상당히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100%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엔 100~2000%로 매우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말했다.

보편관세 대신 선별관세를 먼저 내세우고 나온 배경으로는 법적 근거 문제가 꼽힌다. 관세율 결정은 원칙적으로 의회 권한이다.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의회 동의 없이도 보편관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대상국이나 대상 물품을 특정하지 않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등으로 모든 나라와의 거래에 대한 세율을 바꾸는 것은 역풍을 맞을 우려가 상당하다.

그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마약 문제를 거듭해서 언급한 것은 이 문제가 국가적 비상 상황에 해당하며, 따라서 의회를 경유하지 않고 대통령 권한(행정명령)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적·우방 가리지 않는다
적대적 관계에 가까운 중국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형제국으로 분류되는 캐나다까지 묶어 관세 폭탄 대상으로 언급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거래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에 도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통해 하나로 묶여 있다. 우방이라도 캐나다를 ‘특별 대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일단 모두 관세 대상으로 분류한 뒤 각각 협상을 통해 필요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이번 발표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킨거 라우 골드만삭스 수석중국주식전략가는 CNBC 방송에 “시장은 20~30% (추가) 관세율을 예상했다”며 “10% 추가 관세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짧은 글 두 꼭지가 전부였다. 자세한 설명이 없던 탓에 관세 조건을 두고 추정이 분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부분을 남겨뒀다는 평가가 많다.

마약 유입을 막는 조치를 한다면 관세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도 트럼프식 협상술로 해석된다. AP통신은 취임 전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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