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인공지능 전환 아우르는 포괄적 기업 지원 로드맵 수립해야"

입력 2024-11-27 15:30   수정 2024-11-27 16:22


“디지털 전환(DX)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 전환(AX)으로 넘어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정석찬 동의대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X 도입을 위한 인프라, 즉 데이터 수집과 같은 DX 인프라 지원 계획까지 포함하는 AX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직 부산 산업계는 인공지능 적용의 밑바탕인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정 센터장은 신발 플랫폼 크리스틴컴퍼니를 사례로 들었다. AI(인공지능)가 디자이너의 주문에 맞는 맞춤형 신발 부속품 공장을 연결한다. “플랫폼 속의 신발 부품 제조공장은 DX는커녕, 음식점의 포스기를 들이는 정도의 디지털화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정 센터장은 “신발 제조업 전반에 데이터 연동 장비를 들이고 이를 해석하고 활용할 직원을 고용하는 환경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개별 플랫폼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보는 대신 지역 신발산업의 AX 기회로 보고 정책을 만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AX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과 초기 DX 도입 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동의대 인공지능그랜드ICT센터(이하 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 방송 혁신 인재 양성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2020년부터 2027년까지 177억5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관련 인재를 양성한다.

이미 AI 기반의 거대한 산학협력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센터는 올해 기준 14개의 산학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금속공학, 한의학,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 소속 교수가 기업과 연계해 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전기차용 용접 및 체결 공정 품질 확보나 의료종사자 정신건강 개선 기술, 서비스 로봇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연구다. 부산대와 부경대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크리스틴컴퍼니의 AI 기술개발을 도왔다. 폐기물 식별 로봇을 개발한 스타트업은 동의대의 기술 조언을 받아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 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제주시의 글로비트와 공동으로 제조업 노동자 근골격계 부담 요인 예방을 위한 AI 인공지능 구축 사업을 수행 중이다. 부산 지역 제조 현장의 주요 공정(용접 등) 10개를 선정해 생산직 근로자의 근육 움직임 패턴 11만장을 데이터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생산 현장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근골격계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센터장은 “프로젝트는 14개이지만, 개별 교수를 중심으로 한 AI 산학연구과제는 훨씬 많다”며 “AI 기반 지산학협력체계는 이미 부산을 넘어 동남권으로 확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센터에서 기업으로 43건, 약 8억원 수준의 기술이전 거래가 일어났다. 특허 출원 및 등록 건수는 124건에 이른다. SCI 논문 73편을 게재했으며, 33억원 수준의 산업체 연구비를 수주했다. 센터가 산학협력 체계를 통해 자립하고 성장할 기반을 만든 셈이다. 현재 동의대 중심의 산학협력 참여 기업 수는 90개를 넘어섰다.

정 센터장은 경영인의 AI 도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막하고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해 도입 자체를 꺼리는 사례가 대단히 많다”며 “이미 지역엔 조력자가 많으므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면 경영에 AI 도입은 생각보다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의대 인공지능 대학원 재직자 과정을 거친 60대 경영인은 자신의 회사에 직접 AI 기술을 도입해 최근 ‘대한민국안전기술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센터장의 목표는 동의대를 중심으로 한 AX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미 대학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상용화, 기술이전, 정부 및 민간자금 확보 등 자생력을 위한 경험을 충분히 축적했다. 정 센터장은 “지역 산업과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연구개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영세기업의 DX를 지원하고, 다양한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틀을 만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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