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달려온 2024년도 이제 12월 한 달 남았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뜸해진 송년 모임이 여럿 잡혔습니다. 학교 동문, 전 직장 동료, 업무상 인연을 맺은 분 등. 신기할 정도로 20대부터 50대까지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어벤저스처럼 모일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예적금처럼 맡겨둔 추억이 하나둘 출금될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묵혀놨으니 이자도 쏠쏠할 겁니다.
그들은 각자 제가 추억을 맡겨놓은 은행들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복리이자까지 붙어 추억의 크기가 커졌을 테고, 또 관계가 소원했던 누군가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바뀌었겠죠. 후회스러움은 아련함이 되어갈 것이고, 행복했던 순간은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흑백사진처럼 바래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될 2025년.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걱정합니다. 경제도 안 좋고, 세계정세도 여전히 불안정하니까요. 특히 트럼프 2기에는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생존 게임으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포커스가 맞춰지겠죠. 2024년 연말에 옹기종기 모여 코로나19 기간에 강제적으로 지급 정지된 추억을 군밤 까먹듯 나눴는데, 2025년에는 그런 훈훈함이 사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모두 현재에 저당 잡힐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2기가 오더라도, 글로벌 지형이 요동칠지라도 결국은 다시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게 순리니까요.
2024년, 지구는 엄청난 이상기후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1월 27일에는 서울에 첫눈이 내려 16cm 넘게 쌓였는데, 이는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라고 합니다. 무려 117년 만에 최고치 폭설을 기록한 것이죠.
2024년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9월의 전 지구 평균기온이 기록상 가장 뜨거웠습니다. 이에 따라 월별 및 연간 지구 기온 상승 폭에서 이른바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5℃를 초과하며 우려를 더했습니다. 극한 기상·기후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전반적으로 저해하고, 식량 불안정과 강제 이주를 심화시킨다는 것이 WMO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구온난화 방지는 이를 인정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과제입니다. 트럼프 2기에도 지구 시계는 돌 것이고, 시계 태엽을 거꾸로 감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25년에는 어떤 도전 과제와 난관이 기다릴까요. 희망의 이자는 미래로 나아갈 의지가 있을 때만 차곡차곡 쌓이는 자산일 것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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