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라이트하이저와 함께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참여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미국 상품을 사들이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때 미국 측 교체수석으로 투입되었으며 미국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바꾸는 과정에도 참여했던 ‘역전의 용사’다.
또 그가 라이트하이저 밑에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박차를 가했으며 재앙적이었던 지난 수십년 간의 무역정책을 되돌려놓았다”면서 그가 앞으로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서비스업을 보호하고 전 세계 수출시장을 열어서 USTR이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고문이나 언론 인터뷰, 국회 증언을 통해 강고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였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확고한 강경론자다. 지난 5월 의회에 제출한 증언서에서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인)2016년까지의 대중 무역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제조 기반과 고용은 감소하고 미국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으며 중국은 이런 이점을 활용해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글에서 중국에 부여한 영구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맹이라 해도 그의 접근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초 그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FTA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든 무역협정은 미국의 필요에 맞춰 재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현대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현대차와 같은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미국 경제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언급하면서 “무역에서 민감한 문제가 있으면 장기적으로 한국에 좋지 않다”면서 협정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플랫폼공정경쟁 촉진법이 “한국이 보호주의로 선회하는 것으로서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비차별 약속을 위반한 것이며, 글로벌 무역에 대한 워싱턴의 지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도발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미국 매체 배런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무역갈등을 재발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양국 무역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관료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상무부 장관으로 러트닉을 내정하면서 그가 USTR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현재 백악관 직속체제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 의회 상·하원에서도 상무부와 USTR은 서로 다른 위원회의 관할 아래에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때에도 USTR을 상무부와 통합하려고 시도했으나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는 못했다. 하원에서 USTR을 관할하는 세입위원회 소속 리처드 닐 의원(민주당)은 폴리티코에 “USTR은 의회가 구축한 조직이며 이를 해체(통합)하는 것 역시 의회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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