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15년 만에 7조6000억원 규모의 보유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에 나선다. 재무 여건과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28일 오후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IR)를 열고 이같은 계획 등을 알리기로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롯데지주 주최로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이 나서 각 사의 재무 상태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설명한다.
앞서 롯데그룹은 이달 중순 모라토리움설(지급 유예) 등을 담은 지라시(정보지)가 퍼진 데 이어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발생하자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유통 업황이 부진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기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효율화를 위해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자산의 실질 가치 반영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재평가 대상은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 자산이다.
롯데쇼핑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본 증가와 부채비율 축소, 신용도 개선 등 재무 건전성 제고를 기대한다. 2009년 당시 실시한 재평가에서는 3조6000억원의 평가 차액이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이 102%에서 86%로 16%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봤다.
전날에는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의 빠른 해결을 위해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보증받아 회사채의 신용도를 보강하는 조건으로 사채권자들과 협의해 재무 관련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다.
특히 회사채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추가하면 해당 채권은 은행 채권의 신용도만큼 신용도가 보강되는 효과가 있다. 기한이익상실 우려가 발생한 회사채 규모는 2조원 수준이다. 현재 가치로 6조원이 넘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으면, 사채권자들의 투자심리도 가라앉아 상환 요청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설명회에서 석유화학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나,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준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이 4조원이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 자체 보유 예금 등으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부실 사업장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호텔롯데도 부동산 자산이 상당한 만큼 롯데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와 협업을 포함해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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