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자연 등 지속가능성 리스크는 단순한 개별 위험을 넘어 체계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는 장기적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자산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금융상품에 따라 1%p 이상의 스프레드(가격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티모테 줄리앙(Timothee Jaulin) 책임투자 총괄 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책임자는 최근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만난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수탁자 책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보유 채권과 주식 등 자산 수익률이 1%p만 하락해도 대형 기관투자자의 경우 투자 금액과 기간에 따라 자산가치가 수조 원 이상 변동할 수 있어서다.
아문디는 운용자산이 2조 달러(약 2860조 원)가 넘는다. 아문디에서 책임투자 및 ESG 투자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티모테 줄리앙 총괄은 “수탁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 ESG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티모테 총괄은 “고객 자산을 관리할 때 지속가능성 위험을 다루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뿐 아니라 의무”라며 “기후변화 같은 리스크는 단기와 중기를 포함한 모든 투자 시계열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자산가치를 보호하는 핵심”이라고 했다.
스튜어드십과 자산 재배분, ESG 투자의 두 축
수탁자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문디 ESG 투자의 ‘왜’에 해당한다면 ‘어떻게’는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첫 번째 방식은 수탁자 활동(스튜어드십)과 의결권 행사다.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필요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경영(corporate engagement)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는 기업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기업경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식은 ‘자산 재배분’이다. 유니버설 오너로 불리는 거대 기관투자자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지 않고는 시스템적 위기를 회피할 수 없다. 그는 “기후와 자연 관련 리스크와 관련한 다양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산업, 비즈니스 활동, 투자 기회 등 부문에 자산을 재배분하면 높은 회복성을 갖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맞춤형 ESG 전략도 스튜어드십으로
아문디는 모든 금융상품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는 “아문디의 모든 상품과 자산운용에서 지속가능성이 중심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각 지역, 국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ESG 전략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그는 “우리는 유럽, 미국, 아시아 전역에서 동일한 ESG 원칙을 적용한다”면서도 “ESG는 모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결국 스튜어드십을 기반으로 지역별 고객 요구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스튜어드십을 중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위험 회피, 수익 창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우리가 스튜어드십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것은 현재 ESG 투자전략이 ESG 통합에서 결과 지향적 솔루션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ESG 투자 활동이 단순히 환경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유럽의 ESG 투자는 주로 규범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며, 미국은 보조금과 세금 혜택에 중점을 둔다. 장기적으로는 공공 자금뿐 아니라 탄소시장 같은 규제 환경이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G 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제 미국 기관투자자는 ESG 투자에서 ESG 통합 전략, 유럽은 규범 기반 또는 스튜어드십 코드 기반 경영 참여 전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는 “미국에서도 연기금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에 기반한 경영 참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매우 긍정적 신호”라고 했다. ESG 통합은 위험 조정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발문)
대출, 채권 평가에도
일상적으로 ESG 반영
위험 분석 체계화한
혁신적 금융상품
1%p 이상 스프레드 낼 것
아문디는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도 ESG를 중요하게 반영한다. 그는 “우리는 국채와 기업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에 기후 요인을 통합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채권의 만기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자산 재배분을 위해선 실제 ESG 위험을 반영한 상품이 기존 상품과 다른 가치를 지녀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금융사가 ESG 위험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면 금융상품이 일상적으로 1%p 이상 가격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우리는 ESG 성과와 연계된 대출 및 채권 같은 혁신적 금융상품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품은 기저 자산의 ESG 성과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며, 현재 금리 환경은 이러한 ESG 기반 상품 개발을 촉진하며 1%p 이상 스프레드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티모테 줄리앙 총괄은 〈한경ESG〉 독자들에게 “한국은 배터리, 소형 전기차, 스마트 그리드, 인공지능(AI) 등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이 많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ESG는 금융시장을 형성할 중요한 트렌드이며, 현재 변동성 환경에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분은 옳은 길 위에 있다”고 전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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