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유통과 식품 부문의 대표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사업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들은 당장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문이자 매출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2년 만에 대표가 바뀌었다. 지주에서 근무해온 김동하 전무가 맡는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으며, 면세점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동하 신임 대표는 1997년 롯데웰푸드(舊 롯데제과)로 입사 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부터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으로서 그룹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김 전무는 유통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올해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롯데면세점의 사업과 조직을 강하게 개혁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호텔 사업부문은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인 정호석 부사장이 맡게 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정 부사장은 1991년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 롯데물산 기획개발부문장, 롯데지주 REVA(부동산 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을 이끌며 롯데그룹의 수익성 중심 경영을 추진해왔다.
호텔 사업을 총괄하게 된 정 부사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호텔 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오상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동남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 추진해왔다.
롯데그룹은 "유통군과 식품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성과 부담이 더 커졌다.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이자 롯데쇼핑의 대표이사인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의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7월 "롯데가 유통 1번지이자 고객들의 첫 쇼핑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롯데쇼핑의 경쟁력은 쿠팡, 신세계 등에 밀리면서 약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6년까지 롯데쇼핑의 매출을 17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구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식품군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이영구 부회장 체제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포트폴리오 개선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박익진 롯데온 대표 등도 유임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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