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임에 성공한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사진)은 28일 “객관적인 가치 평가는 부동산 시장 발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라며 이같이 말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평가사 50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국토교통부 산하 법정 단체다. 이번 협회장 선거 때 역대 최다인 7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양 회장이 득표율 58%로 재임에 성공했다. 재임 협회장이 나온 건 22년 만이다. 그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리츠협회,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등 9개 부동산경제단체 협력체인 부동산경제단체연합회 회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감정평가는 동산, 부동산 같은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그 결과를 가격으로 표시하는 업무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는 국토 개발뿐 아니라 산업과 금융 발전의 한 축”이라며 “미래 부동산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 서비스 혁신과 정보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부동산산업 분야의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감정평가 업역이 향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도입으로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가 감정평가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양 회장은 “실거래가나 1년에 한 번 조사하는 공시지가를 기초로 하는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은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 가치 산정에 한계가 있다”며 “AVM을 감정평가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전문가가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정평가 제도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1972년 토지평가사와 1973년 공인감정사 제도를 도입한 후 1989년 감정평가사로 통일됐다. 양 회장은 “감정평가 제도는 1970년대 고속도로와 택지 개발이 이뤄질 당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부동산산업이 국민 삶에 미치는 파급력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신뢰,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 회장은 최근 일부 금융회사에서 감정평가사를 채용해 담보물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관행이 확대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해관계자가 개입하면 감정평가의 객관성이 위협받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양 회장은 “첫 임기 동안 법원 수수료 및 감정평가 여비 인상, 금융권의 탁상감정 개선, 회원사 업무 서비스 개선 등을 이룬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며 “이번 임기 때는 감정평가 독립성을 저해하는 위협을 줄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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