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경기부터 살리자…15년 만에 2연속 금리 내린 이창용

입력 2024-11-28 18:01   수정 2024-11-29 01:38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내년과 2026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성장에 그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하했다. 연 3.0% 수준의 기준금리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연 3.50%인 금리를 연 3.25%로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날 처음 제시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잠재성장률(2%) 미만의 저성장이 내년과 후년 연속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등 여섯 번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구조적인 수출 부진과 관세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전체 금통위원 중 4명이 찬성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성장률 1.9% 전망…한국은행, 기준금리 깜짝 인하
동결 관측했지만 한달만에 인하…닷컴버블 2001년 빼곤 이례적
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0월에 이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기준금리가 두 달 새 연 3.50%에서 연 3.0%로 크게 낮아졌다. 이 같은 연속 인하는 한은 역사상 이례적인 것이다. 닷컴 버블 붕괴와 미국의 9·11테러가 겹친 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2009년을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은이 그만큼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美 레드스윕 예상 못 했다”
지난 10월 금통위 때만 해도 한은은 당분간 연 3.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계획이었다. 이 총재는 당시 금통위원들의 3개월 이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언급하면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약 한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총재는 이날 한 달 만에 금리를 추가로 내린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은 미국의 상황 변화다. 이달 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스윕’이 나타난 것이다. 이 총재는 “예상을 빗나간 면이 있다”며 “이 결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점도 꼽았다. 이 총재는 “3분기 물량 기준으로 수출이 크게 줄었다”며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고 큰 변화였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수출 부진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춘 요인으로도 제시됐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낮췄다. 2026년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내년과 2026년 성장률이 0.1%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추진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8%, 2026년 성장률은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금통위원 절반 “3개월 내 추가 인하”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기존 문구에서 ‘신중히’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에 더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가 완화됐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비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불안이 좀 완화됐다는 점을 반영해 문구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환율에 대한 걱정이 새로 들어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언급해 향후 인하 속도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리 인하 속도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뒀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일각에선 이번 연속 인하를 두고 “지난 8월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정부의 실기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8월에 금리를 동결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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