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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은 매출 21조원, 항공기 226대, 임직원 2만7000여 명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한다. 국내에 하나뿐인 대형항공사(FSC)가 등장하는 데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 운영하기로 한 만큼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가 뒤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이날 미국 법무부에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EC가 승인한 만큼 미국도 별문제 없이 넘어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합병 심사를 하지 않는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 기소하는 시스템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해 2년 뒤 합칠 계획이다. 그사이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통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20년 동안 써온 청자색 기내 인테리어를 지난 7월 바꾼 게 그 시작이다. 브랜드 로고와 승무원 유니폼 등에도 새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해도 항공권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하며 앞으로 1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운임을 올리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외국 항공사의 국내 취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런 관측에 한몫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독점 우려에 대응해 중복 노선을 LCC에 넘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인수합병(M&A)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음달 20일까지 1조5000억원(영구채 3000억원은 별도)의 인수대금 중 남은 8000억원을 납부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대한항공 지분율은 63.88%로 뛴다.
합병이 완료되면 실적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노선에 두 회사가 비행기를 띄우던 걸 한 대만 투입하면 좌석 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종 고정비도 아낄 수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은 몸집이 커질수록 효율이 올라가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미국과 유럽 항공업계에서 M&A가 수시로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똑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중복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의 노선이 늘어나면 인력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데다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인력도 나오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 없다”며 “직무 재교육 등을 통한 인력 재배치는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김진원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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