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본회의에선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에선 이소영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해당 법안은 국회가 예산심의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 부수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예산안 처리 지연 사태가 잦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무력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것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 올렸다.
민주당은 이날 여당을 배제한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도 처리해 ‘야당 입맛에 맞는’ 특검을 활용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증인 동행명령 대상을 ‘국정조사’에서 ‘안건 심사 및 청문회’로 확대하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도 하지 않은 위헌적인 법안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국회법 개정안, 농업 4법 등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심해지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같은 여소야대 국면의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진표 전 의장이 쟁점 법안 때마다 ‘협치 정신’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장은 여야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 3법,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특검법·대장동 50억 의혹 클럽 특검법) 등을 놓고 대치할 때마다 야권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법안 상정을 미루며 타협을 주문했다. 그는 퇴임 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적인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설지연/배성수/박상용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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