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0㎝ '습설 폭탄'…지붕 무너지고, 항공기 결항·휴교 속출

입력 2024-11-28 17:49   수정 2024-11-28 23:35


서울 등 수도권에 이틀 동안 최대 40㎝가 넘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이틀 연속 예보를 초과한 대설이 내린 가운데 경기지역에서는 출근길 극심한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제설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숨지는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역대 폭설 3위 기록…40㎝ 이상 쌓여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낮 12시 기준 누적 적설량은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안양 40.7㎝를 기록했다.

지난 27일 밤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쏟아졌다. 수원은 196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 적설량을 기록했다. 밤 12시 기준 이미 30㎝가량 눈이 쌓인 상태에서 새벽에 10㎝가량이 더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날 서울 북부에 머물던 눈구름대가 새벽 시간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해 경기 남부에 눈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27일 밤 10시를 기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3단계를 가동했다. 경기도가 폭설로 비상 3단계를 가동한 건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28일 경기도와 경기교육청은 초·중·고교와 유치원에 휴교·휴원을 긴급 권고했다. 전체 학교 4520곳의 30%인 1343곳이 휴업했다. 전국에서 항공기 157편이 결항했고 여객선은 79개 항로 104척이 멈춰섰다.

서울에도 밤새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의 기준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적설량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28.6㎝로 1922년 31㎝와 1969년 30㎝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고, 11월 적설량으로는 최고치였다.
○부실 제설 작업으로 터널에 갇히기도

눈폭탄이 내린 경기지역에선 출근대란이 빚어졌다. 제설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내린 눈에 버스와 택시가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군포시에서 수원으로 출근하는 김해원 씨는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차가 거의 이동할 수 없었다”며 “직원 대다수가 지각했다”고 전했다. 광명시에서 수원·광명고속도로를 타고 화성으로 출근하는 박성희 씨(41)는 “군포시 수리산 1터널에서만 세 시간 넘게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동탄신도시, 수원 광교, 평택 고덕 등 경기 남부 신도시 주민 카페에는 ‘시내 도로 제설이 엉망이다’라는 불만 게시글이 쏟아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눈이 새벽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온에 따라 비가 언제든 눈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촘촘한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붕괴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5시께 용인시에서 60대 남성이 집 주변 눈을 치우던 중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오전 6시52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나무가 전신주를 덮치며 염리동 공덕동 성산동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경기 시흥시와 과천시 등에서도 비닐하우스가 붕괴했다. 화성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는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기아오토랜드 화성1·2공장도 재해 예방 차원에서 운영을 멈추는 등 산업 현장 또한 폭설로 차질을 빚었다.

낮 동안 눈은 서서히 소강상태를 보이다 오후 1시 이후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의 대설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기상청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록적 11월 첫눈이 다소 약해지며 수도권 강우·강설도 멈추겠지만 29일 낮 또다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예상 적설량은 서울·인천·경기·강원 1~5㎝, 충청 1~3㎝, 전북·경상 1~5㎝ 등이다.

조철오/정희원/최해련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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