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총재 "트럼프 관세, 무기·가스 구매로 협상해야"

입력 2024-11-29 07:41   수정 2024-11-2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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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을 관세로 위협할 경우 무기 또는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늘려 협상하는 '수표책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8일(현지시간)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특정 물건을 사겠다고 제안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일할 준비가 돼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대선 이후 라가르드 총재의 첫 언론 인터뷰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LNG를 구매하는 안을 얘기할 수 있다. 유럽에서 생산할 수 없는 방산 물자 중 일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EU 차원에서 통합된 방식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전략을 "수표책 전략(chequebook strategy)"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자국 경제력을 활용해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하는 EU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10~20%인데 이 두 관세는 100% 차이가 난다"라며 "범위를 제시했다는 것은 토론에 열려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전쟁을 시작할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전쟁을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면 곧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다. 무기·에너지 구매를 카드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게 승자가 없는 관세전쟁보다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게 라가르드 총재의 생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중 무역전쟁 역시 EU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분명한 중국산 제품 중 일부는 다른 수출처를 찾으려고 할 것이며, 그 곳은 분명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EU)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이 현재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을 부정하며 "지금 유럽은 각성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적인 태도를 대응해야 할 도전으로 바꾸는 것은 유럽인에게 달렸다"라며 "예정된 미국의 정책들이 유럽에 필요한 재설정(reset)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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