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7)는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인근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호텔을 들른다. 최근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돌아오는 이 산책길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라는 게 이씨의 이야기다. 돌아오는 길에 종종 호텔 로비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나 빵을 사먹기도 한다.
초등학생 딸을 둔 최모 씨(44)도 최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러 딸과 함께 집 근처 호텔 로비에 방문했다. 연말에만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딸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인데, 일부러 많은 인파가 붐비지 않는 장소를 찾다 보니 호텔이 제격이었다. 최 씨는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딸이 좋아하는 곰인형 굿즈도 하나 사다 안겨주니 이만한 즐길 거리가 없다 싶었다"고 전했다.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팝업 이벤트가 많지만 이들처럼 호텔 로비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만큼 인파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데다가, 각 호텔들이 준비한 특별한 테마와 스토리를 담은 크리스마스 트리도 볼만하다는 평가다.
호텔들도 각각 차별화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 트리 자체로도 집객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호텔 내부 업장들의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서다. 젊은층 고객 사이에서 SNS 인증샷 명소로 부상하면 마케팅 효과도 쏠쏠하다.
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의 대표 PB상품인 '켄싱턴 시그니처 베어' 시리즈 중 '도어맨 베어'를 오너먼트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였는데, 집객 효과가 상당하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 이후 내부 업장들의 방문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는 게 호텔 측의 추산이다.
로비에 위치한 다이닝 레스토랑인 브로드웨이는 11월 매출이 전년 대비해서 20% 늘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크리스마스 트리 수요가 있다고 보고 작년 보다 일주일 앞당겨 트리를 설치했는데, 이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는 '꿈속에서 그리던 마법의 호텔' 콘셉트로 트리 곳곳에 도어맨 베어 곰인형과 키링을 오너먼트로 활용해 동화 속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 켄싱턴 시그니처 베어 시리즈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도어맨, 셰프, 총지배인, 룸메이드 등 다양한 호텔리어를 모델로 작고 만든 켄싱턴호텔 대표 PB상품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크리스마스 집객 효과를 고려해 올해 처음으로 야외 피크닉 공간인 ‘포레스트 파크’에 대형 트리를 선보였다. 이 곳에선 사진 촬영 및 인화도 제공하는데, SNS족을 노린 서비스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프렌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프랑스 파리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시의 평화를 위해 거리의 가로등을 밝혀 ‘빛의 도시’라 불리던 프랑스 파리의 ‘캔들 리추얼(Candle Ritual)’ 콘셉트를 표방했다는 설명이다. 꽃으로 장식한 1층 로비 포토 스팟이나 트리와 캔들, 샹들리에 등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하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도 프랑스 파리가 콘셉트다. 에펠탑을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노보텔 강남의 에펠탑은 눈이 내린 듯한 화이트 트리에 푸른빛, 보랏빛 오너먼트로 장식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은 한국의 전통에 초점을 맞췄다. ‘K나눔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였는데, 노리개, 한복의 주요 소재로 널리 쓰이는 베(마포)를 활용한 오너먼트가 특징이다. 이국적인 크리스마스 감성과 한국적인 정서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평가다. 트리 주변엔 수작업으로 완성된 전통 보자기 포장 장식과 한지로 은은함을 느낄 수 있는 무드등이 장식으로 더해졌다. 트리를 설치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모금도 시작했다. 트리와 함께 비치된 모금함에 성금을 넣으면 호텔에서 금액을 모아 인천 소재의 보육원 내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트리가 화제를 모으면 SNS를 통해 바이럴 되면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며 "트리가 설치된 로비나 입구 층의 리테일 매장들이 매출을 올리는 것도 덤"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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