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0명당 로봇 1대를 사용할 정도로 자동화에 앞선 국가는 한국뿐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내셔널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킴 포블슨 유니버설로봇(UR)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로봇 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 1012대를 사용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162대)의 6배를 웃돈다.
포블슨 CEO는 “한국에선 제조업이 발달한 만큼 숙련공 수요가 크다“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협동 로봇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UR 수장이 설립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6년 설립된 UR은 2008년 세계 최초로 협동 로봇을 상용화했다. 지금까지 협동 로봇 총 9만여대를 판매하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협동 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울타리를 치지 않고 쓸 수 있는 로봇이다. 설치가 쉽고 다양한 작업에 사용할 수 있어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UR은 2011년에 한국에 처음 협동 로봇을 판매했다. 이후 국내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자 2020년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에선 30여개 기업이 UR 로봇을 쓰고 있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 미포, HD현대삼호 등에 도입한 용접로봇이 대표적이다.
포블슨 CEO는 UR이 국내 기업과 협업한 덕에 협동 로봇 기술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요구사항을 맞추면서 UR의 경쟁력이 덩달아 개선됐다”며 “용접, 공작, 적재 등 다양한 작업에 로봇을 쓰면서 데이터가 많이 쌓인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로봇 수요가 늘어나자 UR은 내년에 전용 서비스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덴마크,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에 이어 6호 서비스센터다. 이곳에선 기업 맞춤형 로봇 솔루션을 제공한다. 로봇 사용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UR은 이와 함께 한국에 판매한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방침이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로봇 제어 솔루션인 ‘폴리스코프X’를 출시한다. 사용자가 별도로 로봇을 학습시키지 않아도 프로그램만 다운로드받으면 로봇이 알아서 용접, 적재 등을 할 수 있다.
UR은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로봇 전용 ‘AI 가속기(액셀러레이터)’를 개발했다. 포블슨 CEO는 “박사급 전문인력만 로봇을 제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에서 누구나 쉽게 로봇을 쓸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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