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국가빚이 부른 '프랑스 위기론',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입력 2024-11-29 17:47   수정 2024-11-30 00:26

프랑스 국채 금리가 심상치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들어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초 연 2.8%대에서 오히려 상승해 연 3%를 오르내린다. 한때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 국채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국채시장에서 위험 지표로 쓰이는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에선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다. 최근 10년 만기 기준 독일-프랑스 스프레드는 0.84%포인트를 기록,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프랑스 국채가 잘 안 팔려 독일 대비 그만큼 싸졌다는 의미다.

프랑스 위기론은 과도한 정부 부채와 이를 줄일 능력이 없는 정치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10%에 이른다. 유럽연합이 권고한 60%나 독일의 64%와는 비교 자체가 힘들다. 올해 재정적자는 GDP의 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가 지난 9월 출범하자마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을 삭감하고 증세에 나서는 안을 마련했지만, 야당인 국민연합이 이를 결사반대하고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독일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재정 여력이 프랑스보다 낫긴 하지만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장률이 지난해 -0.3%에 이어 올해도 -0.2%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독일 정부의 전망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마저 붕괴했다. 일각에선 유로존을 이끄는 투톱의 부진으로 유로존 전체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한국이 먼발치서 바라만 볼 사안이 아니다. 경기 침체와 정부 부채 문제, 극심한 정쟁 등이 닮은꼴이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재정정책 기조를 ‘건전’에서 ‘적극’으로 바꾸면 건전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가 취약계층 핀셋 지원을 검토 중이지만 거대 야당은 더 큰 규모의 돈풀기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게 1인당 25만원 지급이다. 미래 경쟁력을 위한 각종 혁신 법안과 인프라 구축 논의는 여야 대립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로 번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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