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택적 자퇴'가 트렌드라고?

입력 2024-11-29 17:29   수정 2024-11-30 00:22

‘자퇴는 수능 두 번 보는 방법’이라거나 ‘고1 1학기가 자퇴 적기’라는 말이 떠돈다. 요즘 유튜브에는 자퇴생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가 넘쳐난다.

과거엔 자퇴생이라고 하면 비행 청소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이제는 꿈을 향해가는 적극적인 선택으로 바라보는 눈길로 바뀌었다. 아이돌이란 꿈을 이루고 싶어서, 창업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반적인 교양과 생활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고등학교는 졸업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하는 분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고등학교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제자 중에 고교 3년이 지옥처럼 느껴졌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교 50등까지만 들어가는 자율학습실이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서 자율학습을 했단다. 자율학습실 자리는 1~50번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가장 선호하는 자리 1번은 전교 1등이 앉는 자리라고 한다.

물론 일부 학교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고교에서 성적 줄 세우기로 숨 막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사실이다. 상대평가로 남보다 내가 잘해야 하다 보니, 친구가 심적으로 흔들리길 바라면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허위 신고하기도 한단다.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대안학교를 찾아가거나 교육 환경이 자유로운 나라로 떠나기도 한다.

지난 5월 학교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A고교 1학년 자퇴생 비율이 8.6%에 이른다. 강남구 전체 고등학교 자퇴생 비율은 2.4%,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하면 4%대로 추정된다. 수시 전형은 학교생활 속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태도가 기록되는 학생종합부와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 1학년 성적이 내신 성적의 50% 정도를 차지하기에 2·3학년 때 성적을 잘 받아도 만회하기 힘들다. 수시 전형은 포기하고 ‘전략적 자퇴’를 하는 것이다.

정시는 주로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딴 후, 다음 해 말에 수능을 보고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떨어지더라도 3학년 나이에 다시 수능을 보면 된다. 재수가 아닌 재수를 하는 셈이다.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 수능이 도입된다. 현행 수능을 마지막으로 치르는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재수하면 새로운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다. 이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상황에 따라 자퇴하는 학생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학교가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친구들과의 돈독한 우정과 추억을 만드는 즐거운 곳이 됐으면 한다. 줄 세우는 입시가 바뀌어야 학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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