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간담회는 민주당 주도로 마련됐다.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한 뒤 재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대해 재계의 한 참석자는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계속 겉돌았다”고 전했다.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 행위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진 의장의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경제단체의 입장을 ‘기업의 일방적 의견’이라고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우회·보완할 수 있을지 열어놓고 이야기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면서도 상법 개정 자체는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는 2020년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계기로 어느 정도 도입됐다”며 “그런데 4년 만에 상법 개정이 다시 논의되는 것을 두고 경제계에서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을 거론하며 “국익 관점에서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산업 진흥 정책이 필요하고 우리 경제의 본원적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고 우려를 밝혔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는 결국 평행선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또 다른 재계 참석자는 “민주당이 최근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금 글로벌 경제의 격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진 의장은 상법 개정을 강행하는 근거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와 투자자의 한결같은 요구”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도 주주가치를 충분히 제고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제안도 무시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가정신까지 침해하면서 강행해야 할 만큼 상법 개정이 제1 야당의 당론이 돼야 하는지 궁금증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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