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장이 레오폴트미술관 소장품을 한발 앞서 여유롭게 감상하려는 인파로 북적인 이유다.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개막식 리셉션 전시장 투어에서 도슨트가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설명을 마친 뒤에도 관람객들은 5분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안경을 치켜올리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4시 열린 비엔나전 개막식은 국내외 정계와 경영계, 미술계 주요 인사가 한데 모인 보기 드문 자리였다.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등 양국 외교 관계자와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은관 시몬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홍 전 관장은 “미술사 ‘레볼루션’(혁명) 시기를 이끈 작품들”이라며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신 외쳤다. 실레의 풍경화 앞에서 멈춰 선 그는 “오스트리아 빈의 가을 풍경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용 차관은 “실레의 명작들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레오폴트미술관을 여러 차례 찾았는데, 당분간 좋아하는 그림들을 한국에서 맘껏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레오폴트미술관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인사들은 “웰 던(well done·훌륭하다) 코리아”라고 입 모아 말했다. 앙거홀처 대사는 “전시 구성과 조명, 음악 등 흠잡을 데가 없다”며 “회화뿐 아니라 가구와 공예품 등 빈 분리파의 ‘총체예술’을 재현한 점이 놀랍다”고 했다. 한스 페터 비플링거 레오폴트미술관장(사진)은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순회전을 열었지만, 역대 아시아에서 진행한 전시 중 최고”라고 말했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공연이 리셉션 분위기를 한층 달궜다. 한경필은 하이든 ‘종달새’와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를 연주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대표적인 빈 출신 음악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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