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0일 개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
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
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파를 창립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동료들은 ‘총체예술’을 꿈꿨다. 예술부터 과학, 철학, 생활 등 모든 게 변화하던 1900년 빈에 모인 예술가들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실험에 나섰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나 상류층 대저택에 놓인 조각상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유리잔, 가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분리파의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생활필수품도 예술가에게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호프만의 한마디는 당시 빈 분리파가 공유한 철학이었다.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 같은 거장이 제작한 포스터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거리의 예술로 불리는 포스터는 시선을 끌기 위해 강렬한 색감이나 문구를 활용하는 등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빈 분리파의 혁신적 사고를 드러내는 매체로 쓰였다. 코코슈카가 1909년 빈 국제예술전람회 정원극장에서 열린 연극 ‘살인자, 여성들의 희망’을 위해 그린 포스터가 그렇다. 피 흘리는 그리스도를 안은 성모인 ‘피에타’ 도상을 활용한 이 포스터는 성모를 격렬한 분노를 드러낸 야수처럼 표현한 논쟁적인 작품이다.
특별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실레의 1918년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원탁’은 반드시 눈에 담아야 할 작품으로 꼽혔다. 전시 직전에 세상을 떠난 클림트의 빈자리가 도드라지는 이 포스터는 두 거장 실레와 클림트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 클림트가 존재하는 포스터 원작과 함께 미디어아트로 등장하며 전시를 끝맺는다.
한스 페터 비플링거 레오폴트미술관장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는 빈 분리파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훌륭한 방식”이라며 “클림트와 실레 컬렉션의 해외 나들이 중 이번 전시가 가장 수준 높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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