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인 바나나'로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 '코미디언'을 낙찰받은 사업가가 "바나나 10만개를 사겠다"고 공언했다. 작품 원재료로 쓰인 25센트(약 350원)짜리 바나나를 판매한 과일 노점상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0일 작품을 낙찰받은 중국 출신 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은 낙찰 약 1주 후에 엑스(X·옛 트위터)로 이런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샤 알람 씨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라며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매대에서 바나나 10만개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바나나들은 그(샤 알람)의 매대를 통해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라면서 "유효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바나나 1개를 받아 가면 된다. 단, 재고 소진 시까지"라고 썼다.
그의 글을 해석하자면 '돈 2만5000달러(3500만원)를 해당 노점상에게 주고 바나나 10만개를 미리 사둘 테니, 누구나 이 매대로 가면 바나나를 하나씩 받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매대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설치미술 문제작 '코미디언'이 경매된 소더비 뉴욕 경매소 근방에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계기로 뉴욕 현지에선 노점상들의 안타까운 생활 여건이 오히려 부각되는 모양새다.
NY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올해 74세인 샤 알람은 시급 12달러(1만7000원)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한다. 샤 알람 씨는 "바나나 팔아서는 이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바나나 10만개를 브롱크스의 청과 도매시장에서 확보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대략 100개 단위 박스로 들어오려면 운반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생해서 바나나 10만개를 다 판다고 해도 남는 이익은 6000달러(840만원)에 불과하다.
또 본인이 주인이 아니므로 그 돈을 챙길 수도 없다. 노점 주인인 53세 모하마드 이슬람 씨는 NYT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익이 나면 샤 알람 씨를 포함해 자신이 운영하는 과일 노점 매대 2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7명과 나눠 가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주인은 바나나 10만개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아직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저스틴 선은 이 작품을 620만달러(86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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