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공정하다는 착각

입력 2024-12-01 17:06   수정 2024-12-02 00:14

우리는 직장에서 “운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승진이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친 동료가 자신의 성취를 운 덕분으로 돌릴 때, 그 말속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중요한 점이 숨어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지지 않으며, 운도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학교 운동장에서의 달리기 경주를 떠올려 보자.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좋은 운동화를 신고 뛰고, 누군가는 맨발로 뛰어야 할 수도 있다. 공정한 출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채용, 승진, 업무 분배에 이르기까지 과연 모든 것이 정말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MZ세대는 공정성에 특히 민감하다. 취업, 승진, 업무 배치 등 모든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환경이 진정으로 공정한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연말이 되면 “올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운이 좋았어요”라는 인사말 속에서 자신의 성취를 돌아보며 공정, 운, 그리고 노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드는 의문은 ‘성공을 결정짓는 진짜 요소는 무엇인가’이다.

마이클 샌델은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능력주의(meritocracy)의 환상을 깊이 파헤친다. 그는 개인의 성공이 단순히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사회적 환경과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은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정한 평가와 승진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은 더 나은 교육과 자원을 제공받으며 기회를 잡기 쉬운 위치에 있지만, 누군가는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은 현실에서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회가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직장에서도 같은 업무를 맡았을 때 이를 단순히 완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 차이는 개인의 성과뿐 아니라 직장 내 인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조언하자면, 이제는 공정함을 논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불공정한 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이다. 특히 평가나 승진, 업무 배치에서 언제나 공정함을 느끼기란 어렵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운이 좋았다”는 말 속의 진짜 의미는 바로 그 기회를 잡아내고 활용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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