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출시된 인공지능(AI) 관련 펀드 및 상장지수증권(ETN) 설정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연초까지만 해도 8000억원이 안 됐으나 올 들어 투자 열풍이 불며 1년도 안 돼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각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최대 약 80%부터 최저 약 -30%까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전 지역과 전략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AI 관련 상품을 앞다퉈 내면서 구색이 다양해진 것도 설정액이 급증한 배경이다. 2022년 25개이던 AI 관련 펀드·ETN은 2023년 44개로 증가했고, 올 11월에는 77개로 불어났다. 현재 나와 있는 상품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국내·외 주식형이 64개로 83%를 차지했고, 혼합형 또는 채권형이 12%로 뒤를 이었다. 기존에는 상품이 모두 펀드였지만 4월 ETN이 처음 나오면서 범위가 넓어졌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이 펀드는 주가가 많이 올라 최근 상승 속도가 둔화한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보다는 더 높은 ‘알파’(추가 수익)를 낼 수 있는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전략을 쓴다”며 “이 펀드가 편입한 종목은 실적 증가 속도가 줄곧 시장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올 수익률 2위는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67.75%)이고, 3위는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 ETF’다. 엔비디아 등 미국 AI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는 HD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종목도 일부 편입하고 있다. 김주용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주식팀 과장은 “지금까지는 기대감이 AI주를 끌어올렸지만, 이제부터는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AI 소프트웨어와 전력 인프라 분야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AI 관련 채권형 상품은 두 개가 나와 있다. ‘대신국고10년분할매매&AI반도체목표전환형 펀드’와 ‘미래에셋AI퀀트미국투자등급회사채 펀드’다. 전자는 국내 국고채 10년 만기에 약 90% 이상, AI 반도체 관련 ETF에 10% 이하 투자한다. 누적 운용수익률 7%를 달성하면 보유 자산을 전부 매도하고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돈을 옮긴다. 후자는 AI 종목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퀀트(계량분석)로 투자등급 회사채를 매매한다. 이들 상품은 지난 7~8월에 나왔기 때문에 연초 이후 수익률이 없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각각 1.22%와 -0.89%다.
양병훈 기자/그래픽=이은현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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