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완성차업체 도요타의 연구개발(R&D) 심장인 시모야마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
목재로 만들어진 화려한 로비를 지나 2층의 홀로 올라가자 2024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제조사 우승의 주역인 드라이버와 연구원들의 우승 축하 파티가 한창이었다. 올해 3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문을 연 시모야마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는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와 고성능 브랜드 GR 브랜드를 개발하는 곳이다. 국내 언론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약 3000명의 개발 연구진과 평가 드라이버들이 근무 중인 시모야마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는 기획, 설계, 개발, 엔지니어링, 프로토타입 제작·평가의 모든 단계가 이뤄지고 있다. 평가 드라이버 중에서도 최고의 다쿠미(장인)가 있는 고급기술연구실(처완기능양성부)도 R&D 센터에 있다. 70여 명 규모의 이 조직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 직속 부서다. 도요다 회장은 2000년대 초 부사장 시절 ‘차를 잘 모르는 경영자’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전설의 드라이버 나루세 히로무에게 레이싱을 배우기 시작했고, 2007년 ‘모리조’라는 가명으로 레이스에 출전하는 등 고성능 차량 개발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처완기능양성부를 이끄는 도요오카 사토시 제너럴 매니저는 “도요다 회장이 스스로 처완기능양성부장이라고 할 정도로 고급 차 기술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며 “차량 개발뿐 아니라 드라이버 인재 육성 등 도요타의 전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드라이버들은 혹독한 테스트를 통해 이곳 엔지니어들이 수치로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GR 팩토리는 차체(보디)공정, 조립 공정, 검사 공정 등 크게 세 가지 공정으로 나뉜다. 보디 공정에서 작업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용접 로봇만 수십 대 보였다. 공장 관계자는 “소형차 야리스를 만들 때 보통 3700회 스폿 용접하지만 고성능 라인인 GR야리스는 강한 차체를 만들기 위해 4500회 이상 용접한다”고 설명했다. 3차원(3D) 카메라가 달린 로봇은 용접을 마친 차체 구석구석의 사진을 찍었다. 이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는 가장 적합한 부품 조합을 선택하는 작업을 한다.
내장과 외장 부품이 조립되면 3열로 나눠진 라인에서 하부 부품이 탑재되는데, 이곳엔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레이싱이 가능한 고성능 차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더 정밀하게 조립하기 위해 차량을 한 대씩 기계로 옮기는 식이다. 일반적인 양산 차는 1분이면 끝날 수 있는 공정도 이곳에서는 9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량은 동력 성능, 테스트 주행 등 다섯 가지의 철저한 검사를 거친 뒤 출고된다. 그렇다 보니 GR 야리스, GR 코롤라, LBX 모리조 RR 등 3개 차종을 생산하는 GR 팩토리의 생산량은 하루 단 100대로 제한된다. 한 달에 차량 2000대만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GR 팩토리가 있는 모토마치 공장은 1959년 도요타가 세운 첫 승용차 생산 공장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도요타 관계자는 “모토마치는 오래된 공장이지만 그룹의 혁신이 가장 먼저 이뤄지는 곳”이라며 “수소 지게차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품질 소품종 차량이 이곳에서 실험적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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