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화약고'는 옛말…열강 '러브콜' 쏟아지는 세르비아

입력 2024-12-02 16:35   수정 2024-12-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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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올해 공통으로 방문한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 영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니다. 발칸의 화약고로 알려진 세르비아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정상도 세르비아를 찾았다. 올해 세르비아에서 개최된 정상회담 수는 16회에 이른다. 열강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표방하는 세르비아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세르비아의 최근 행보는 1970년대 미-소 진영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했던 유고슬라비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고슬라비아가 제3의 길을 제시하며 다양한 국가와 폭넓게 교류했다면, 지금의 세르비아는 높은 성장률, 풍부한 광물 자원, 우수한 투자 환경을 기반으로 많은 협력 기회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와는 전투기 구매 계약과 에너지 협력을 약속했고, 독일과는 세르비아 리튬 매장량을 토대로 한 배터리 협업을 발표했다. 중국과는 올해 7월 FTA를 발효했으며, 미국과는 에너지 교류를 약속했다. 물론 에너지 수입을 기반으로 한 러시아와의 협력도 견고하다. IMF는 세르비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측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한국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0월 세르비아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계약을 따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태양광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한국기업이 세르비아에서 수주한 첫 프로젝트 사례이기도 하다. 에너지 분야 외에도 의료바이오, 스마트시티, 건설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수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지원도 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9월 세르비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개시했다. EPA로 무역장벽이 낮아지면 양국 교역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에서 한국제품을 수입하는 세르비아 기업은 EPA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높은 관세와 물류비로 인한 어려움에도 한국 제품을 세르비아에 지속해서 홍보했던 이들이다. 물론 세르비아 진출을 문의하는 우리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교과서에서 접했던 세르비아계 청년의 사라예보 총격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우리는 아직도 세르비아를 발칸의 화약고, 코소보 분쟁과 같은 단어로 기억한다. 실제로 전쟁과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2000년대 초반은 세르비아에서도 아픔으로 기억된다. 간혹 세르비아 젊은이들은 묻는다. 부모보다 더 가난한 세대를 겪어야 하는 절망감을 한국인이 이해할 수 있느냐고.

그러나 세르비아인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오르며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노박 조코비치, NBA 역사상 최저 순위 드래프트 출신 MVP 니콜라 요키치가 보여줬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저력으로 세르비아가 변하고 있다. 세르비아에 살면 역동성이 느껴진다. 다뉴브 강변을 따라 조성되고 있는 베오그라드 워터프론트 지구는 유럽에서 보기 어려운 대규모 신도시이다. 2027년 베오그라드 엑스포도 세르비아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르비아가 변하고 있다면, 세르비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변해야 한다.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바탕으로 세르비아를 막연히 발칸의 화약고로만 바라본다면 앞으로 다가올 기회를 다른 국가, 다른 기업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과 협력하는 발칸의 중심 국가로 바라본다면,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기회는 섬세한 시선을 가진 이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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