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국 클라이밋 그룹이 RE100(Renewable Energy 100) 운동을 주창한 이래 10년 동안 이 운동에 동참한 기업은 435개에 달한다. 국내 기업만 해도 삼성, LG, SK 등을 비롯해 36개 기업에 이른다. 2023년 5월에는 볼보가 우리나라 부품 기업에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공급할 것을 요구해 최종 납품이 무산된 바 있다. 애플과 BMW도 국내 기업에 RE100을 지키면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은 2025년부터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2027년부터는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출 주도 국내기업은 대비가 시급하며,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우리나라의 2024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은 1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일 뿐 아니라 경쟁 상대인 중국(34%)이나 일본(26%)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송전선 밀도 세계 최고의 나라다. 많은 송전선을 보유 중이지만, 재생에너지 10% 수준의 현 상황에서 송전망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송전선 이용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따져보자. 수도권으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한 765KV(킬로볼트) 2개 루트, 34KV 4개 루트, 북당진~고덕 HVDC를 합하면 그 용량은 45.9GW(기가와트)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 용량의 25% 수준인 11.7GW를 한계 용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즉 실제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의 25% 수준에서 한계를 정하고 재생에너지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로 이용률을 높이면 계통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기에 선로를 건설하고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될수록 계통 불안정 문제로 인한 송전망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인 용인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트를 건설한다고 한다. 수도권에 10GW 수준의 수요를 건설하면 40GW 이상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한다. 히트펌프 등이 난방을 대체하거나 전기차 수요 등이 증가하면 지금보다 3~4배의 송전선이 필요해진다.
이를 송전망 건설로 감당할 수 있을까? 송전선 이용률 문제는 발전소 근처에서도 적용된다. 원전발전단지 앞 송전선 이용률도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공사는 IT 기술을 활용해 송전망 이용률을 높이고, 정부는 비수도권 재생에너지에 대해 지산지소(지역 생산 지역 소비) 정책이 정착되도록 시장 제도 및 요금 제도를 개선해 수요 분산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전력 당국은 지금처럼 수도권 수요 집중 현상과 발전단지 집중 현상을 방치하면 에너지 전환 시대에 안정적 전기 공급이 요원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수도권의 수요 분산은 인구 감소 문제와 함께 수도권 집중으로 악화되는 지방 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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