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꿈의 신소재' 양산"…'1조 잭팟' 노리는 이 회사 [이미경의 옹기중기]

입력 2024-12-02 15:22   수정 2024-1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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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나노튜브(CNT)는 탄소원자를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한 물질이다. 철강보다 강도가 100배 이상 높고 구리와 비슷한 수준의 전기 전도성을 가져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촉매·온도·압력 등 다양한 변수를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만큼 CNT를 양산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이오는 2006년 국내에서 최초로 CNT 양산에 성공한 업체다. 양산 이후 SK온, 삼성SDI, BYD, CATL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NT는 2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전기·전자의 흐름을 도와 충·방전 속도를 단축하고 발열량을 줄여준다. 이 때문에 2차전지 업계에서 CNT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강득주 제이오 대표(사진)는 CNT가 쓰일 수 있는 산업 영역을 두고 'CNT 월드'라고 부른다. 2차전지업계 외에도 다양한 산업 영역에 쓰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중에서도 강 대표가 눈여겨 보고 있는 시장은 반도체 시장이다. CNT를 활용해 노광장비의 핵심 부품인 EUV펠리클 소재를 만들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EUV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서 미세한 입자(파티클)를 막아주는 박막이다.

강 대표는 "최근 반도체 회로선폭이 1·2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미세화되면서 레이저 가공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고온에서 견디면서 노광공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NT는 고온에 강해 해당 소재로 적합하다"며 "3~5년이면 CNT를 활용한 펠리클 소재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산업 역시 관심 분야다. CNT는 다이아몬드만큼 열 전도성이 높아 적은 에너지로 열을 발생시키고 넓은 면적에 고르게 분산시킬 수 있다. 강 대표는 "전기자동차 시대에는 배터리에서 발생한 제한된 전기에너지로 차체 내부 열을 올려야 한다"며 "저전력으로 온도를 높일 수 있는 CNT 내장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CNT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생산 설비도 증설했다. 기존 안산 제1공장에 더해 지난 5월 안산 제2공장을 준공해 연간 2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강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CNT업체인 옥시알 수주 물량이 제이오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 정세를 고려해 제3공장 증설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CNT 적용 산업군이 다양해지는만큼 제이오는 강 대표를 중심으로 신제품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난달 이수페타시스에 지분을 매각한 것도 기술 R&D에 집중하겠다는 강 대표의 의지를 담은 조치다. 강 대표는 "지난해 초 폐암진단을 받으며 경영관리는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거래소에서도 내 건강상태와 이수페타시스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지분 매각을 허용해줬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달 8일 강 대표의 주식 575만주를 이수페타시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는 이수페타시스가 경영관리와 신사업 기획을 맡는다.

강 대표는 "제이오의 기술력과 이수그룹의 경영 노하우가 시너지를 내 2차전지·반도체·전장·우주항공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 CNT를 적용할 것"이라며 "2030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안산=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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