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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간 신냉전이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관세 압박 등으로 무역 전쟁 확산을 예고하고 있어 중국이 동맹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가 강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갑작스러운 무비자 정책 결정도 단순한 관광 활성화가 아닌 외교 관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한중 언론포럼에서 '새로운 한중 관계 수립 전략' 관련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중국은 인구 감소, 부동산 시장 거품, 지방정부 채무, 체제 경직성, 기술적 제약 등의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른바 '피크 차이나'론을 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처럼 신흥 강대국의 경우 상승세로 인한 낙관론보다 하락세에 따른 두려움이 더 큰 게 사실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신흥 강대국은 위험한 행동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고, 미국과 중국간 충돌이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이미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된 중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공급위험지수가 높은 상위 20개 광물 중 75%를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투자, 인력 측면에서 중국이 강요된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 소장은 "중국의 국가 행동은 종합 국력의 한계 속에서 미국을 의식해 행동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소외시키는 배타적 협력이 아니라 포용적, 건설적 협력체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아시아 국가에 각종 화해 조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선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관련해선 중국이 투자를 늘리고 인력 확보에 달려들고 있지만 중국에서 나오는 각종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중국 반도체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포럼에선 한국과 중국간 협력 강화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팡쿤 주한중국대사관 대리대사는 이 자리에서 "세계가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중국과 한국의 공동이익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의 공동노력으로 양국간 각급별, 각분야별 소통과 교류가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만큼 양국 국민간 교류가 활성화돼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날 한중 관계는 조정기를 거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런 조정기가 양국관계를 재점검하고 성숙한 협력의 기틀을 마련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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