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급증하는 해외 코인 ETF 투자, 국내용 규제로 막겠다니

입력 2024-12-02 17:43   수정 2024-12-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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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당국의 태도는 혼란스럽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소극적인 동시에 다양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는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받은 2017년부터 비트코인 ETF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 문을 두드렸지만 조금의 진전도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만들려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현물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법인이 가상자산 계좌를 발급받는 길부터 막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에 이어 올초에는 현물 ETF 상장도 허용했다. 홍콩은 올 4월 비트코인과 함께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해외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국내 증권사 계좌를 통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막힌 이유다.

반면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여전히 규제에서 자유롭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는 상품은 물론, 하루 등락폭의 두 배만큼 변동성이 부풀려진 레버리지 상품도 투자가 가능하다. 제도권 거래소에 상장한 선물 자산과 달리 신뢰성이 떨어지는 현물은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규제당국의 원칙론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금은 빠르게 국경을 넘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25위에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인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티커명 BITX)가 이름을 올렸다. 동일한 구조의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BITU) ETF도 31위를 기록했다. 두 상품 보유 금액을 합치면 11억800만달러(약 1조5600억원)에 이른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8억1020만달러)에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관련 상품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에 기반한 옵션거래가 시작됐다. 옵션을 활용한 파생 금융상품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솔라나 등 다양한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도 승인 대기 중이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포용할지에 대해서는 논박이 있을 수 있다. 관련 상품을 허용해주면 가상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해외 투자가 자유롭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를 압도하는 현실에서 지금의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미국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로 몰려간 1조5600억원이라는 수치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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