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렸던 인도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 부담과 미국 증시 쏠림 현상에 따라 설정액 순유입세가 꺾였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전쟁에서 인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저가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7개 인도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2조161억원으로 10월 말(2조550억원)보다 389억원 감소했다. 월별 기준으로 인도 펀드의 설정액이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한 순자산도 3조828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투자자도 인도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추세다. 올 들어 인도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9억5000만달러(약 1조3333억원)어치 순유출됐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는 인도 주식을 214억달러 규모로 사들이며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인도 니프티50지수는 9월 고점 대비 약 7.8% 하락하며 주춤하고 있다.
인도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된 것은 인도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 강달러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다. 신흥국 평균(12배) 대비 고평가돼 있으며 미국 S&P500지수(23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은 환차익을 기대하고 신흥국에 투자하기 때문에 강달러 현상도 외국인 자금 유출의 주된 요인이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집중 현상도 인도 증시의 자금 유출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 이후 미국 증시에 세계 자금이 몰리면서 반대로 인도 증시에서 자금이 대거 빠지는 것이다. 지난주 유럽, 신흥국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미국 증시에는 글로벌 펀드 자금 37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조정에 따라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됐고, 강달러 현상이 완화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을 다시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관세전쟁의 최대 수혜국”이라며 “인도 증시에 대한 재진입을 검토할 시기”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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