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예산 30% 폭증…군비경쟁 격화

입력 2024-12-02 18:01   수정 2024-12-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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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여파로 글로벌 군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동맹에 더 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발맞춰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대만 등이 앞다퉈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1일(현지시간) 공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2025년도 러시아 국방예산은 총 13조5000억루블(약 175조2300억원)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8.3%에서 32.5%로 상승했다.

러시아의 위협이 본격화하자 유럽 국가도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내년 국방예산으로 올해보다 17.3% 증가한 487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국방비를 각각 10%, 12%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예산에도 국방 지출은 7% 증액했다.

일본과 대만도 각각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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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發 국방지출 러시…'트럼프 리스크'까지 덮쳐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 ‘두 개의 전쟁’이 그칠 줄 모르면서 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까지 앞다퉈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자 유럽연합(EU)과 대만, 일본 등도 군사력 확장에 나섰다.
○이란, 국방비 세 배로 늘려
2일 메르뉴스 등 이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 103억달러(약 14조4400억원)에서 200% 증액하는 안을 심의하고 있다. 클레망 테름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4월과 10월 이스라엘의 두 차례 이란 공습이 이란의 국방비 증가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 정부가 대공 방어 체계 및 장거리미사일, 드론 등을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 협정을 맺은 이스라엘도 군비를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2025년 국방 예산을 올해 275억달러에서 최대 401억달러(약 56조2500억원)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소진된 무기고를 채워넣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무기 보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안보 관계자는 “전 세계가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며 “무기 생산 라인에는 구매자 목록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폴란드 등 무기 시장 큰손으로
무기 수요가 폭증한 데는 지정학 갈등이 고조되면서 EU와 동북아시아 국가가 국방력 강화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은 최근 방위산업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냉전 이후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다.

폴란드는 내년 국방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487억달러(약 68조3400억원)로 편성했다. 미국산 전투기인 F-35A,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으로 군을 현대화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약 10% 늘어난 240억유로(약 35조4200억원)로 편성할 계획이다.

EU는 그간 군사 분야에 쓸 수 없던 3920억유로(약 585조원) 규모의 결속 기금을 방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결속 기금은 무기·탄약을 생산하는 방산과 군 이동성을 강화하는 인프라 시설 투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지출을 늘려온 동유럽 국가들이 해당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대만도 역대 최대 규모로 국방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연일 대만 포위 군사훈련 등을 하며 대만 침공을 예고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대만은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7.7% 늘어난 6470억대만달러(약 27조8000억원)로 편성했다. 대만 경제성장률(3.26%)의 두 배 규모다. 일본 방위성 역시 작년보다 7.4% 증가한 8조5389억엔(약 74조7500억원) 규모의 방위비 예산을 의회에 제출했다.
○트럼프 압박에 사전대응
NATO 회원국과 일본 대만 등의 방위비 증가는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대선 유세 중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인 NATO 방위비 분담금 목표를 3%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기준 방위비가 GDP의 3% 이상인 국가는 33개 NATO 회원국 중 폴란드 미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다섯 곳뿐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러시아 동맹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미국보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 목표치를 높이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대만과 일본 등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이 GDP의 10%를 국방 예산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대만 고위 관료를 인용해 대만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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