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 예산안' 일단 막혔지만…예산 주도권도 거머쥔 巨野

입력 2024-12-02 17:49   수정 2024-12-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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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여야의 ‘예산안 대치’가 한숨 돌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상정한 감액 예산안 의결을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미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예산 논의의 기준점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아니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감액한 내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가 가진 협상 주도권도 민주당에 내주게 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반목 속 국회의장 결단
이날 우 의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의결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지만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일은 다음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다.

우 의장은 “여야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민주당의 감액안을 직권 상장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10일에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10일 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양당 원내대표와의 3자 회동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감액안 철회와 사과’를 주장하며 만남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산안 협상, 달라진 역학관계
11월 30일인 예산안 법정 시한을 지나 정부안이 아니라 야당 예산안이 본회의로 제출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전에는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기한 내에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올라왔다. 이후 양당 원내대표는 기존 논의의 연장선에서 정부안을 증액·감액한 뒤 통상 12월 하순에 합의안을 처리해왔다. 연말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안이 본회의에 올라 표결에 부쳐진다. 야당은 이를 부결시킬 수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를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12월 이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 감액예산안을 상정하며 전제 자체가 달라졌다. 양당 원내대표 협상의 기준점이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덜어낸 민주당안이 된 것이다. 여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은 언제든 감액안 처리를 요구할 수 있다. 합의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안이 최종 처리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의 마음이 더 급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허 찔렸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구도를 의식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다. 하지만 단독 감액예산안을 본회의로 올리면서 국회법 개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계없이 예산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됐다.

법안 상정이 미뤄진 뒤에도 민주당은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시간을 더 준들 뭐가 달라질까 의문”이라며 여차하면 감액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와 여당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누가 구조를 짰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검찰과 경찰 활동에 긴요한 특별활동비를 살리고 민주당의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든 협상이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노경목/강경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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