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 시장 60% 점유한 GE에어로, "韓과 협력해 전투기 시장도 선점할 것"

입력 2024-12-03 19:08   수정 2024-12-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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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군비를 확장하면서 한국 방산업체를 향한 '러브콜'도 늘고 있다. K 방산이 지닌 제조 역량을 활용해 방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국이 쌓아 올린 '트랙 레코드'를 활용하면 신흥국에서도 수출이 용이해진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방산업체 GE에어로스페이스도 한국과 협력을 원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난 리타 플래허티 GE 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 부사장은 "한국은 GE 입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라며 "전투기 엔진 수입국인 동시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GE에서 분사해 출범한 항공 엔진 전문 기업이다. 이전까지 GE에서 항공 엔진을 담당했다. 이곳에서 제작한 항공 엔진은 7만여개에 달한다. 이 중 4만 4000여개가 여객기 등 민간 항공기에 들어갔고, 2만 6000여대는 전투기에 쓰였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세계 민간용 항공 엔진 시장의 66%를 GE에어로스페이스가 점유하고 있다"고 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을 수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GE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엔진을 활용한 국산 전투기 수출길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다. 경공격기 FA-50을 비롯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도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이 적용됐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한국 협력사가 없었다면 이런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며 "1980년대부터 40년간 이어진 협력관계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했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한국 기업과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형 전투기인 KF-21이 출시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기업이 독자적으로 항공엔진 개발에 나서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신형 엔진을 개발해 시장을 국내 기업과 양분할 수 있어서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오랜 성공적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첨단엔진 개발에 협력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며 "GE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의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라고 강조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세라믹과 탄소섬유를 섞은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CMC)’를 엔진용 소재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게 성공하면 기존 합금 소재보다 무게가 3분의 2가량 가볍고, 내열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엔진 수명을 늘리고 성능을 향상하려는 취지다.

이를 위해 GE에어로스페이스는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적층 제조 기법이 핵심이다. 부품을 하나씩 제조하지 않고 3D 프린터에 소재를 넣으면 프린터가 설계도대로 이를 쌓아 올려 부품을 제작한다.

GE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엔진 개발에 주력하는 배경엔 군비 확장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시아 여객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개발도상국에서 인구가 급증하면서 여객 수요도 덩달아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유엔 세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40년까지 91억 8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 등 아시아 개도국에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여객 수요로 이어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여객 수요를 측정하는 유상여객킬로미터(RPK·유상 여객 거리 ㎞당 매출액)는 2030년까지 유럽에선 1% 증가하는 동안 아시아에서 55% 늘어날 전망이다.

교체 주기가 임박한 기체도 산적 해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항공기 3만여대가 운항 중이다. 이 중 70%인 2만 3400여대가 교체가 필요한 노후 기제다. 이 때문에 2030년까지 항공 엔진 6만 4000개가량이 신규 발주될 전망이다. 리서치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항공 엔진 시장 규모는 지난해 750억달러(약 104조원)에서 2026년에 930억달러(약 129조원)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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